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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족 같은 '돌봄공동체'… 그 덕에 아이 키우죠"
[가치 육아 - 공동 육아] (2) 수눌음돌봄공동체
'도담도담', '우당탕탕 제주적응기'
여러 가족이 함께 '돌봄 공백' 메워
신뢰 생기고 아이에게도 긍정 효과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3. 03.09. 16:00:37

제주자치도가 '수눌음돌봄공동체'를 처음 공개 모집해 지원한 2016년부터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는 '도담도담'. 사진=이소선 씨 제공

[한라일보] "서로가 없었다면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게 불가능했을 거예요. '동료 가족'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려워요." 올해로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 이소선(37) 씨가 말했다.

소선 씨가 '동료 가족'이라고 말한 이들은 '수눌음돌봄공동체' 구성원들이다. 그는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인 2016년부터 공동체를 구성해 '공동 육아'를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눌음돌봄공동체'(이하 공동체)를 공개 모집해 지원한 첫 해였다.

공동체의 시작은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예비 엄마들의 재능기부 모임이었다. 출산 이후에는 자연스레 육아를 위한 공동체로 모습이 달라졌다. 참여 가족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마을에서 마주한 인연들이 지난해까지 7년째 공동체를 이어 가고 있다. 소선 씨는 "동네 수눌음육아나눔터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모이면서 공동체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일상 속 '돌봄공동체'… "없어선 안 될 존재"

소선 씨네를 비롯해 여섯 가족이 함께하는 '도담도담' 공동체는 일상 안에서 움직인다. 부모가 급한 일이 있어 아이를 챙기기 어려울 땐 서로의 집에 돌봄을 부탁하고, 틈틈이 동네 공원과 학교 운동장 등에서 만나 신나게 뛰논다. 시간이 맞는 주말이면 바깥나들이를 함께 가기도 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짜거나 보여 주기식의 활동과는 거리를 둔 게 오랜 기간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됐다.

"무리하면서까지 공동체 활동을 해야 했다면 부담과 책임을 느꼈을 거예요. 활동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저희는 시간이든 품이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말을 자주 나눴어요. 공동체의 유일한 규칙이자 슬로건이 서로 '미안해하지 말기'입니다." 소선 씨가 웃으며 말했다.

하나의 일상이 된 공동체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소선 씨는 "한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며 같이 살아 내면서 가족 같은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가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일과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공동체 덕분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주말에 일이 잡힐 때가 많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이주해 온 터라 제주에는 아이를 맡길 가족이 없죠. 그럴 때도 공동체 안에선 어느 집에든 아이를 좀 봐 달라고 부탁할 수 있어요. 정말 가족과 같은 신뢰가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제주 이주민 가족으로 구성된 수눌음돌봄공동체 '우당탕탕 제주적응기' 활동 모습. 사진=임하영 씨 제공

'품앗이 육아', 제주 살이의 큰 힘

지난해 공동체를 구성해 활동한 임하영(37) 씨도 세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영 씨네를 포함해 제주 이주민 다섯 가족으로 구성된 '우당탕탕 제주적응기' 공동체는 제주 살이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낯선 제주 생활이 외롭지 않았던 것도 공동체가 있어서였다.

하영 씨는 "육지에 살 땐 급한 일이 생기면 부모님에게 잠깐 아이를 부탁하곤 했지만 제주에선 어린이집, 학교 등이 끝나면 맘 편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며 "공동체로 모여 '공동 육아', '품앗이 육아' 활동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 커 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부터 올해 11살 된 꼬마까지 아이 14명이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하영 씨는 "각자 집에서 형제들끼리만 놀 때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싸우던 아이들도 더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 어울리면서 마음을 맞추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여성 참여 ↑… '수눌음 돌봄' 필요성 커

수눌음돌봄공동체는 그 이름 속 '수눌음'이라는 단어처럼 함께 육아하며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올해 유독 공동체 신청이 많았던 것은 그 필요성을 보여준다. 앞서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는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2023년도 공동체를 공개 모집했는데 83개 팀 모집에 152개 팀(738가족, 2788명)이 지원했다. 이는 공동체 공모 사업을 첫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였다.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 관계자는 "올해 신청 현황을 보면 여성이 일하는 가구가 전체의 74%였다"며 "수눌음 돌봄 영역이 저녁돌봄, 주말돌봄, 긴급돌봄 등으로 구체화되면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선정된 수눌음돌봄공동체는 조만간 활동을 시작한다. 이달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다양한 수눌음 돌봄 활동을 이어 간다. 공동체에는 팀별 최대 150만원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가치 육아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부모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공동육아'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로 나서는 '이럴 땐'을 2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 싶은 육아 이야기나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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