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29] 2부 한라산-(25)두무오름
두무오름은 ‘가장 높은 오름’ ‘정상의 오름’을 의미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입력 : 2023. 02.21. 00:00:00
두무오름은 머리 없는 오름 아니다
두무, 두모, 둠은 모두 같은 기원

[한라일보] 한라산을 '두무오름'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 이름의 등장과 의문점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다. 결과는 '두무(頭無)'라는 말이 '머리가 없는'의 뜻이 아니라 음차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 '머리가 없는 산', '봉우리가 평평한 산'이라는 뜻으로 두무악이라 했다면 왜 '무두악'이라 하지 않았는가. 두무악과 같은 조어 형태는 우리의 언어습관과 아주 다르다는 점에서 쉬이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산이란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머리가 있는 산과 없는 산으로 구분한다는 발상 자체도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물을 담는 두멍과 같다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하고많은 물건 중에 제주도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의 이름을 끌어들였는가? 의문투성이다. 이런 점에서 '두무'라는 말은 훈차가 아니라 음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윗세족은오름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무오름'의 위용, 오른 방향(방위로는 남쪽) 밑에서부터 알방애오름(1585m), 방애오름(1699.6m), 웃방애오름(1747m), 촬영 위치에서 정면으로 윗세오름(1711.2m), 윗세붉은오름(1740.5m), 서북으로 장구목오름(1812.5m)을 거느리고 있다. 전망대 안내판에는 알방아오름, 방아오름, 윗방아오름, 장구목오름이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가운데 가장 높은 오름은 '화구벽(백록담)'이라고만 되어 있다. 이 오름의 이름이 화구벽인가?

한라산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뜻을 알아야 적절한 글자를 찾아 기록할 것이 아닌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받아적는 사람에 따라 두무(頭無), 두모(頭毛), 두모(豆毛), 둠(圓)으로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명칭들은 발음도 생소했거니와 시기와 장소에 따라서도 달랐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왜 한결같이 T+M의 구조로 되었을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백록담, 오름 등 관련어의 작명 배경을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교 설명했다. 이제 제주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언어에서 '두무'가 무슨 뜻으로 쓰이는지 탐색할 것이다.

'두무'는 기본적으로 '머리(head)', '머리 꼭대기(top of head)'라는 뜻이다. 퉁구스어권에서는 여러 음상으로 남아 있지만 원퉁구스어 즉, 퉁구스어의 기본형은 '투무'다. 에벤키어 '퉁울큰' 또는 '테물큰', 남만주어 '퉁운'이다.

두무는 ‘머리’ 혹은 ‘머리꼭대기’
머리 없는 게 아니라 머리 그 자체

몽골어권에서는 '톰'을 기본형으로 한다. 이 말은 '톰', '돔', '둠'으로 발음했을 것이다. '최고위자' 혹은 '단체장'을 의미한다. 그 외로 '지명하다', '임명하다' 그리고 '모자'의 의미도 있다. 중세 몽골어에 '툼불라'는 '임명하다'의 뜻이다. 몽골 문어 '토미'는 '최고위자', '토밀라'는 '임명하다', '투무를릭', '투물라이'는 '모자'를 의미한다.

돌궐어에서는 '툼'이 '모자', '콧등', '부리', '코'를 의미한다. 돌궐고어 '토마가', 중세 돌궐어 '투막', 우즈베크어 '투목', 위구르어, 타타르어, 키르기스어, 카자흐어, 카라칼팍어의 '투막', 오이라트어 '투박' 등은 모자를 가리킨다. 퉁구스어권, 몽골어권, 돌궐어권에서 '두무'는 '머리', '머리 꼭대기', '최고위자' 등을 의미한다. 모자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왕이 관을 쓴다. 어떤 사회에서도 관(모자)은 부와 권위와 힘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하고 온갖 상징물로 장식한다.

이 말은 일본열도로도 건너갔다. 원일본어에 '툼'은 '꼭대기', '머리' 등을 의미한다. 중세일본어에서는 '투부리'로 쓰는데, 이게 '츠무리'로 변했다. '쵸(ちょう)'는 우두머리를 말한다.

그런데 위에 든 알타이 제어의 발음이 뭔가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초점이 흐릿한 사진 같다. 이웃하는 언어와의 비교란 원래 이렇게 흐릿한 게 일반적이다. 이게 선명하게 일치해 버린다면 그건 같은 언어가 돼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표기상으로만이라도 아주 거의 똑같은 사례도 있기는 하다.

오늘날의 '두무'와 음상이 가장 흡사한 말은 아이누어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누어에서 '두무'는 '맨 위', '꼭대기', '정상', '최고의' 등의 뜻을 지닌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이같이 아시아의 여러 언어에서 지형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가장 높은', '꼭대기'. '정상의', '최고위자' 등의 뜻으로 쓰이는 말로 다양하게 파생했다.

백두산 천지의 이칭으로 달문(闥門), 달문(達文), 도문(圖們), 타문(他們), 도문박(圖文泊), 도문담(圖汶潭), 토문택(土汶澤) 등 다양하게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왜 이렇게 다양하게 표기한 것인가. 왜 하필 한라산의 또 다른 이름 두무처럼 이들도 T+M의 구조를 갖는 것인가? 이는 '가장 높은 곳의 (호수)', '꼭대기의', '정상의'의 뜻이기 때문이다.

한라산 수많은 오름 중에 왜 두무악은 한라산에만 적용했나?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위의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어휘들의 뜻은 '가장 높은', '꼭대기'. '정상의', '최고위자'로 요약된다. 이 말들은 하나같이 비교급이라는 것이다. '(~와 비교해 볼 때) 가장 높은', '(모든 사람 중) 최고위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무악'이란 명칭도 '꼭대기 오름', '정상의 오름'이라는 뜻이다. 결국, 두무악이란 400여 개의 제주도 내 오름 중 오직 하나다. '가장 높은 오름'이라는 뜻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