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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철의 목요담론] 중광(重光)의 예술과 ‘중광 미술관’ 건립에 대하여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3. 02.16. 00:00:00
[한라일보] 얼마 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지구 내에 제주 출신 작가로 처음 추진되는 '(가칭)중광미술관 건립 계획'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립미술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에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보도에 의하면 "중광미술관의 기본 방향을 다양한 시도를 품은 경계와 제약이 없는 미술관으로 정하고, 중광의 재발견에 중점을 둔 상설 전시안을 내놨다"고 한다. 중광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미술관건립에 대한 지역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해결할 부분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제주도는 부적정 사유로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해 2025년 개관에 차질 없도록 금년 중반기 중 재심을 받는다고 한다.

중광(重光, 1934~2002)은 제주시 외도 출신으로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해병대를 거쳐 1960년 26세에 경남 통도사에 출가했으나, 불교계율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그는 체면과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을 비웃고 조롱하며 기행을 일삼았다. 술 취한 후 붓 들어 그림 그리고 시를 짓는가 하면, 춤추고 흥에 겨워 걸친 옷을 모두 벗어버리기도 하고, 남근에 붓을 매달아 선화(禪畵)를 그리기도 했다.

중광은 국내 보다 국외에서 더 높이 평가된다. 1977년 영국 왕립 아시아학회 초대전에서 '나는 걸레'를 낭송한 뒤 '걸레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랭커스터 교수가 'The Mad Monk'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한국의 피카소'라 극찬했다. 1981년 '미화랑'이 중광 초대전을 개최해 국내에 알렸고, 1983년 미국 록펠러재단의 초대전과 세계 유수의 매스컴에 방송되면서 유명해졌다.

중광의 작업은 서화, 유화, 입체도자, 액션페인팅, 퍼포먼스, 시문과 영화까지 다양하다. 특히 달마도(達磨圖)와 도자가 독보적이다. 중광의 삶과 종교, 예술은 일관되게 선(禪)을 코드로 한다. 선이란 정려(靜慮)한 것으로 욕망과 번뇌를 가라앉혀 진리를 직관하는 경지다. 예술의 본질도 예부터 문예관(文藝觀)을 지탱해온 사상은 인간의 도덕적 교화, 품성의 도야, 사회개량을 위한 유용성으로 인간적 삶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중광의 선은 세속적 성(性)에 의탁하여 보편적 윤리 관념에 벗어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중광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그의 일탈은 실존적 삶의 방식과 합치하는 차별화된 예술관으로 현대미술에서 배타되지 않고 수용된다는 것이다.

미술관은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 연구, 보존하며 전시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얻는 곳이다. 이제 중광의 더 많은 작품들이 수집되고 전시계획이 보완될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접어두더라도 성적 표현이 적나라한 작품들이 교육적 측면에서 어떻게 전시되어질지가 궁금하다.

'괜히 왔다간다'는 중광의 묘비명이다. 부디 중광의 세상 나들이가 괜한 게 아니었다는 징표로 미술관이 특성화돼 성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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