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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의 하루를 시작하며] “젠다기 미그자라”, 인생은 계속된다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3. 02.15. 00:00:00
[한라일보]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은 게 있다. 그것은 선이, 진짜 선이 네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중략) 네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아원을 세우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줬다. 그 모든 것이 속죄하고자 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진짜 구원이다. 죄책감이 선으로 이어지는 것 말이다. - 할레드 호세이니 '연을 쫓는 아이' 중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이 영어로 쓴 최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2003)는 전쟁과 내전, 9·11테러까지 폭력으로 얼룩진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배경으로 인간의 우정, 사랑, 용서와 같은 휴머니즘을 그린 감동 서사시와 같은 작품이다. 전쟁과 인종, 종교의 갈등으로 인한 내전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삶을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설이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먹먹하게 다가오는 연유는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세와 자연재해까지 덮치며 고통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폭력으로 점철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배경으로 두 소년의 성장스토리를 그린다. 그러나 작가가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는 연약하지만 쫓아야만 하는 '희망'에 있지 않을까.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할 것도 같은 모든 이질적인 현실에서 모두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죄책감'에서 비롯된 '선'이라는 희망에 있다. 여기서 '죄책감'은 직접적 폭력은 물론 비겁함, 무관심과 방관에 이르는 폭넓은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는 물론 비인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과 개인 모두를 포함한다.

인간의 망각과 이기심이 어리석은 폭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진실을 복원하고 평화를 이루는 것 또한 인간이 짊어진 몫이기도 하다. 부모는 물론 타인에 대한 사랑과 후대에 물려줄 가치를 이어가는 실천적 행동의 시작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만은 않은 보편적 휴머니즘에 있다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서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끊어진 연을 쫓는, 그 성실한 무모함이 폭력의 상흔으로 얼룩진 이들이 미소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이며 "젠다기 미그자라", 계속되는 인생의 동력인 것이다. 폐허 속에서도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버려진 책들을 모아 비밀스럽게 만든 시리아의 지하 도서관처럼 말이다.

작품에서 작가는 '신'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만 그 물음의 이면에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있다. 바이러스와 전쟁,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까지, 계속되는 재앙이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신의 분노일 수도 있으나 혼돈의 세계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신'은 다름 아닌 보편적 휴머니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휴머니즘이 때때로 기적을 이뤄내는 것 또한 우리는 경험해 봤으니 말이다. <김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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