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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9)평일도 인생이니까
덜 애쓰고 덜 만족… 나를 인정하고 만족하는 일상의 기술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11.30. 00:00:00
"결핍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 문장
최선 다한 뒤 나머진 흘러가게




[한라일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던 이십 대를 지나, 일상의 행복을 돌아보는 삼십 대 중반이 되었다. 2030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솔직하고 유쾌하고 담백한 에세이. '나도 그랬었지'를 연발하는 동시에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저자 김신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대담자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들고 이야기를 나눈 독서모임 '보통의 일상' 회원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임신숙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위원

▷하주연 현은주 임지숙 : 독서모임 '보통의 일상'



▷임신숙(이하 위원): 기억에 남는 문장과 그 까닭은?

▷하주연(이하 하): "스트레스가 전화를 걸어오면 나는 그냥 안 받으련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힘이 든다. 스트레스와 전화를 연관 지어 표현한 것이 재미있어서 계속 생각이 났다.

▷현은주(이하 현): "결핍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라는 말이다. 우리 아이가 참을성이 부족하고 앞일을 생각지 않고 부딪히는 경향이 있어 걱정했었는데 이 문장은 나에게 희망의 메시지 같았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올바른 방식으로 지도해 나간다면 훗날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인내심과 지혜를 발휘하고 감정을 잘 조절하는 신중한 사람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임지숙(이하 임): 프롤로그의 '덜 애쓰고 덜 만족한 하루'를 보고 편안한 마음이 들었고 책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되었다. 20~30대를 치열하게 보내느라 힘이 들었기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덜 애쓰고 덜 만족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흘러가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함으로써 나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하는데 그보다는 나 자체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위원: 나에게 평일은 어떤 의미인가?

▷하: 나에게 평일은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어느 날 스트레스가 전화를 걸어온다면'이라는 저자의 말이 더욱 와닿았다. 나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가에게 주말은 청구서가 날아오지 않는 날이다. 일종의 비행기 모드 같은 거다. 주중에는 관공서 및 은행과 동업자들의 연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주말이 마음껏 쉴 수 있는 날은 아니다. 평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은 현실로부터 숨을 쉴 수 있는 날이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날이다. 때로는 주말의 여유를 누리는 직장인들이 부럽기도 하다.

▷현: 나의 평일은 안식일!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다. 육아와 가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나는 애틋한 마음으로 남편과 자녀들을 회사, 학교,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서 널브러진 집 안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며 나의 열정과 시간을 오롯이 책 읽기에 쏟는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전쟁 같은 일상을 견뎌낸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나를 치유해 간다고 생각한다.

▷임: 나에게 평일은 주말의 즐거움을 위해 달리는 시간이자 그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모되는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없이 달려온 어느 순간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도착한 목적지만 있었을 뿐, 지나온 과정의 기쁨이나 소소한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곳에는 나 또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평일과 주말의 경계는 없다. 작은 일상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다 보면 일상의 흔적들이 나를 이루는 삶의 궤적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위원: 저자는 현재를 완성된 삶을 위한 어떤 '단계'로 보는 한, 우리는 영영 미완성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고 싶은가?

▷하: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말이 나의 좌우명이다. 비록 미완성의 그림을 그릴지라도 오늘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를 이끌어가고 나의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현: 완벽할 순 없지만 만족하는 삶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삶을 위해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면의 힘을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외면의 힘(돈, 지위, 지식, 명예, 소질 등)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큰 욕심을 갖게 되고 결국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나다움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내면의 힘(정직, 훌륭한 인성, 인품)은 키우면 키울수록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하고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으며 그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내딛는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내면의 힘을 키우며 현재를 살아내고 싶다.

▷임: 현재의 일상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래의 행복만을 좇아서 살다 보면 만족하는 삶을 살기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현재가 없고서는 미래도 없으므로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원: 삶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 나만의 탈출구가 있는가?

▷하: 나는 삶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마다 서점에 간다. 수많은 책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이다. 때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타개할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위안이 돼주기도 한다. 나에게 맞는 책을 읽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고 재충전할 수 있다.

▷현: 힘든 일을 의연하게 겪어내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고단한 현실에서 도망치려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애정과 박수를 보내며 어려움을 마주하는 편이다. 고단함이 지나고 난 자리에는 항상 작은 행복과 기쁨이 찾아오며 나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임: 삶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 먼저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나에 대해 집중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사우나를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에 둘러싸여 있으면 힐링이 된다.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을 마주하는 것에서 설렘을 느끼고 책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위원: 끝으로 나에게 책이란?

▷하: 제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몸에서 필요한 인슐린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제일 먼저 '책'을 떠올렸다. 나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무언가가 결핍되었을 때마다 책을 찾기 때문이다. 책은 내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게,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책이란 '인슐린 주사'와 같다.

▷현: 나를 지키고 나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나는 내면의 힘을 키우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생각하는 힘의 근력을 키워야 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우려면 책 읽기가 습관이 되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생각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은 내면의 힘을 강화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임: 책은 나를 찾는 좌표이다. 책을 통해 나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서 미처 몰랐던 내면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책과 나와의 소통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나에게 쉼이 되기도 한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독서모임 '보통의 일상'


책을 좋아하는 30대 여성들이 모여 보통의 일상을 공유하고, 책을 통해 소통하는 모임이다. 한 달에 1회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하고, 일상을 공유하고 책 인증 사진을 통해 책 내용과 생각을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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