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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의 문연路에서] "주변에 위기가정 없는지 돌아봐야"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2. 11.29. 00:00:00
[한라일보]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원룸에서 생활이 어려웠던 60대 어머니와 3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살던 집 현관에 붙어 있는 고지서에는 올해 9월을 기준으로 전기, 도시가스 요금이 5개월 이상 밀려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7월 기준 건강보험료는 14개월째 미납 상태였다. 통신비 연체와 금융 연체도 각각 6개월, 7개월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도울 방법은 있었다. 이들 모녀는 지난 7월 건강보험료와 통신비 연체 기록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에 포함됐다. 그러나 주소지를 옮긴 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추적을 통한 지자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이전에 살던 광진구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서대문구는 실거주지나 연락처 정보가 없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와 3고 현상으로 경제 위기가정 늘어
제주사회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절실

석 달 전 수원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하다. 정부가 거주지 이전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위기가구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펴지 않으면서 비극이 재현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4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통해 ▷정확한 위기가구 발굴 ▷신속하고 두터운 위기가구 지원 ▷신(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등 3개 분야 12개 과제를 주요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우선 사각지대 없이 위기가구를 찾아낼 수 있도록 위기가구 발굴 시 질병, 채무 정보 등을 추가로 연계하기로 했다. 이어 질병·채무·고용·체납 위기정보 등 총 44종의 정보를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으로 연계해 다양한 위기상황을 조기에 포착한다는 구상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이같은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일선 사회복지 전담 인력을 늘리고 읍면동별 연계 체계를 갖는 돌봄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제주지역에서도 생활고를 겪는 도민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위기가정으로 내몰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는데도 정부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사회가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추운 겨울에는 어려운 도민들이 생활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행정뿐 아니라 도민 모두가 우리 주위에 혹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고 이들이 도움을 받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

<이상봉 제주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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