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문제 풀기 어렵지만 손놔선 안돼
지자체·민간 협력해 다양한 해법 모색을


[한라일보] 깊이 들여다보니 결코 간단치 않았습니다. 유기견 문제가 그랬습니다. 사람이 키우던 개가 집을 잃거나 버려지는 건 단순 '동물 유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풀기 어려운 사슬처럼 동물 학대, 들개 피해와 같이 문제에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기획 '우리, 여기 있어요'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구성한 사회에서 동물 복지는 자칫 간과되기 쉽지만 '공존'을 고민하지 않으면 큰 갈등이 일거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요.

제주도내 한 지역에서 발견된 떠돌이 개. 목줄을 하고 있어 주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견주가 풀어놓고 키우는 탓에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제주도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의 유기견.



|반려견, 버리지 않고 버려지지 않도록…

사실 정말 단순합니다. 애초에 버리지 않고,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 방안의 하나로 '동물등록제 강화'가 거론됩니다. 동물등록은 2개월 이상 반려견을 키우는 반려인에게 주어지는 법적 의무 사항입니다.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어겼을 경우엔 과태료를 물려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동물등록을 이행하지 않아 단속된 건수는 올해 1건 1마리(과태료 2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2020년에는 단속 건수가 없었고, 지난해도 1건 3마리에 그쳤습니다. 단속에 나서는 지자체 소속 동물보호감시원의 경우 수사권이 없어 동물등록 확인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한라산둘레길에 걸린 들개 출몰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

마당개의 중성화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개를 밖에서 풀어놓고 키우는 문화가 당장 바뀌지 않는 이상, 마당개의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유기하는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손을 벗어난 유기·유실견이 야생에 적응해 들개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중성화는 필수입니다.

제주도가 2019년 전국 처음으로 '읍면지역 마당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시작해 유기견 수가 감소하는 효과를 본 것은 그 필요성을 더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 범위가 읍면 지역에 한정된 데다 가구 당 1마리로 제한돼 오면서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내년부터 (사업 범위를) 동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도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분양(입양)하는 경우 사전에 중성화를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이미 서울, 경기 등 지자체가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기견 입양으로 인해 또 다시 유기견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서울시가 민간 단체와 함께 만든 '발라당 입양센터'.

이들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제주가 시도해 볼 만한 점은 또 있습니다. 유기견 입양을 활성화하고 안락사율을 줄이기 위해 '1차 보호소'인 동물보호센터와의 별개의 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입양센터의 공통점은 도심에 있어 접근이 편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과 상담, 임시보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예로 서울시는 민간단체와 손잡고 폐업한 애견카페 건물을 임대해 유기동물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유기동물 임시보호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한정된 보호시설 공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시도를 잇고 있습니다. 제주도 역시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 등 민간의 협력을 강화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담 조직 만들고 생명존중 교육을

동물보호·복지 정책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전담 조직 구성도 전제돼야 합니다. 현재 제주도는 동물방역과 수의정책담당이 동물보호·복지 업무를 총괄하고, 동물위생시험소 축산물안전과 동물보호팀이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기견 포획은 행정시 축산과가 맡고 있습니다. 관련 업무가 뿔뿔이 흩어져 있어 이를 연계해 효율성을 더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같은 문제는 제주도가 2018년 발표한 '제주도 동물보호·복지 및 연관 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에서도 지적됐던 부분입니다. 당시 용역진은 제주도 본청에 동물보호정책을 총괄하는 동물보호복지담당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합니다.

서울시 강동구가 운영하는 유기견 입양센터 '리본센터'.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만 나선다고 될 일은 아닙니다. 제주를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함께해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교육'일 겁니다. 반려인뿐만 아니라 비반려인을 위한 교육을 활성화해 사회 전반에 생명 존중 문화를 자리잡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유기견 없는 도시의 김지민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무슨 강아지 교육을 하느냐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 필요성에 공감한 지자체들이 반려동물 문화교실 예산을 각 시·군에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반드시 교육을 통해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영유아기, 청소년기 등 어릴 때부터의 생명 존중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에서 이러한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 양성 등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반려인과 예비 반려인을 위한 교육을 다양한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동물보호단체의 협조를 받아 대도민 교육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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