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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거리를 특화시켜야 하는 이유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11.10. 00:00:00
[한라일보] 본의 아니게 필자는 시청 대학로를 매일 지나간다. 이 거리는 학생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많이 찾는 원도심의 핫 플레이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근 2년 동안은 방문객이 좀 줄었다고는 하지만 사계절 내내 활동 시간의 범위만 다를 뿐 저녁시간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곳은 과거 대학생들이 그린벨트에 묶인 황량한 대학을 벗어나 시청 일대로 내려오면서 상가가 밀집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청소년부터 청년, 중장년까지 세대를 아울러 다양한 종류의 식도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10여년 전 도로명 주소가 시행될 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이 없는 거리에 대학로라는 도로명이 생겨났다. 여기를 지날 때마다 공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겸비한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으로서는 단순히 맛집을 찾아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대학로가 있는 도남일대는 4·3 당시 많은 피해가 있었던 지역 중의 하나였다. 근현대의 시대성을 증명해주는 국가등록문화재인 전 도청 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대형은행들이 있어 금융정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었다. 또한 상징성을 찾는다면 도청이 신제주로 이전해도 시청이 그 자리를 다시 품어 행정중심지로 이어지고 있고, 시청사 일부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내줘 문화·집회의 중심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30여년 전 탑동매립으로 중앙로 상권이 시청주변으로 올라오면서 대학생들의 거점지역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지역에 청년이란 상징성과 청년이란 젊음, 청년들의 건전한 즐거움과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 방안은 없을까?

2015년 제주문화의 거리 용역에서 시청 대학로 일대를 '청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단순 음식 상가 위주의 골목이 아닌, 문화예술 활동이 함께하는 거점지역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미 다른 지방에서는 쇠퇴한 지역보다는 오히려 문화관광지로 특화된 지역을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일들이 한창이다. 조금만 투자해도 파급효과가 매우 크며 역사성과 상징성을 맛보기 위한 재방문율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도 근 10여년 동안 지원근거를 통해 18개의 특화거리, 문화의 거리들을 조성했다. 특화거리나 문화의 거리, 모두 지역의 특수성을 포장해 지역활성화를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몇몇 테마거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언제 지정됐냐는 듯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누웨모루, 작가의 산책길, 음식특화거리 등은 지역문화에 맞게 색깔을 입히면서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시청 대학로 역시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공간이 아닌,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청년들이 끼를 발산시킬 수 있는 공간제공을 위한 지원과 변하지 않았던 거리 환경을 개선해 활기찬 생활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 제공 역시 요구해본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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