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 '가치 육아 - 이럴 땐'에 이어 두 번째 '기질'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기질을 크게 '순한 아이'(순둥이형), '반응이 느린 아이'(대기만성형), '까다로운 아이'(체제거부형)로 나눌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처럼 서로 다른 기질의 아이와 어떻게 대화하고 놀이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아이마다 기질이 다른 만큼 부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요. 기질에 맞는 놀이나 대화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 네. 기질마다의 특성과 강점, 약점이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양육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순한 아이'는 '순둥이형'이라고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새로운 환경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는 강점이 있지만 너무 순한 경우 관심을 덜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순해서 키우기 편하다며 관심을 덜 쓰는 일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순한 아이라도 엄마 아빠가 자주 놀아줘야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기에 '관심'은 중요합니다.



|혼자 잘 노는 '순한 아이'… "관심 가져주세요"

순한 아이는 대체로 혼자서도 잘 놀아요. 때로는 집에 같이 있는데도 무얼 하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관심이 향하지 않으면 존재가 사라질 수 있고 자칫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수동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지요. 아이가 혼자 놀고 있을 때,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다가가서 무엇을 하고 노는지, 재미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주는 대로 먹는 아이라도 어떤 것을 어느 정도 먹고 싶은지 물어봐 주는 겁니다.

아이와 얘기할 때도 부모가 먼저 눈을 맞춰주세요. 부모가 먼저 아이를 바라보고 등도 쓸어주는 거지요. 이렇게 순한 아이들은 부모가 알아채 줘야 합니다. 엄마 아빠가 자기를 보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 주면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되지요. 단, 관심이 지나치면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디 있는지 알아주고 바라봤을 때 고개를 끄덕여 주는 정도가 좋습니다.

반응이 느린 아이는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도 주저할 수 있어요. 그럴 때 부모가 먼저 책을 고르기보다 아이가 선택하기 전까지 기다려 주는 게 필요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떤 선택이든 '느린 아이'… "기다려 주세요"

'반응이 느린 아이'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려 하면 빨리 따라오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다른 말로 '대기만성형'이라고 할 만큼 기다려주면 충분히 잘해 낼 수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요. 유명한 수영 선수인 박태환 선수가 반응이 느린 아이였다고 해요. 어린 시절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다른 아이들이 쉽게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과 달리 뒤로 물러서고 겁내고 뜸을 들이며 어머니의 속을 태웠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일단 적응을 하자 남들처럼 싫증내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 세계챔피언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지요.

이처럼 반응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아이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 건데요. 엄마나 아빠가 조금이라도 먼저 앞으로 나가면 아이는 조급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려는 상황입니다. 아이에게 책을 골라보라고 하지만 느린 기질의 아이는 선택을 주저할 수 있어요. 생각이 많아 쉽게 한 가지 책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건데요. 그럴 때 부모가 먼저 책을 고르기보다 아이가 선택하기 전까지 기다려 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책을 잡으면 그때 "어, 이 책 보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거지요.

블록 놀이를 할 때도 비슷할 거예요. 느린 기질의 아이는 블록 하나를 끼우는 것도 굉장히 느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도 어떤 결정할 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선택을 했을 때 "아, 이거 하고 싶어?"라고 말해 주세요.

까다로운 아이는 블록을 할 때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 섞어 놓기도 하는데요.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아이를 공격적이거나 산만하다고 바라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가진 기질을 인정해 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공격적인 체제거부형?…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세요"

까다로운 아이는 '체제거부형'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만큼 무언가를 볼 때 그냥 바라보지 않습니다. 블록을 할 때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다른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막 섞어 놓기도 하고요. 정형화된 것을 무너뜨리고 자기만의 것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있어서 자기가 만들었다가도 싫으면 부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요. 그런 행동을 보인다고 아이를 공격적이거나 산만하다고 바라보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정말 그런 아이가 될 수 있지요.

체제거부형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도 하지만 크게 거부하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튕겨나가는 것처럼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무슨 일이 일었어?", "넌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말이에요. "왜 그래!"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거지요. 이렇게 물어본 뒤에는 아이의 생각을 인정해 주세요.

체제거부형 아이들은 다른 기질보다 키울 때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해서 힘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성장해선 특별한 일을 하고 이 사회에 혁신을 줄 수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양육으로 가능성을 키워주세요.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까지 온 가족이 함께 서로의 장점을 찾아보세요. 남과 비교하며 보지 못했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장점 찾기'… 우리 집 '보석' 찾기

모든 기질은 약점과 강점이 있어요. 그렇지만 기질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내성적인 아이를 외향적으로 바꾸려 하거나 아이의 그릇보다 너무 큰 것을 담으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세요. 그러면서 단점을 보는 게 아니라 강점을 찾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와 함께해 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장점 찾기'입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까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인데요. 서로의 장점을 찾아 보면서, 장점이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체제거부형 아이의 경우 자기표현을 잘한다거나 반응이 느린 아이가 꼼꼼하게 관찰을 잘한다거나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을 거예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장점을 발견해 주면 아이 스스로도 "나는 참 괜찮다"고 느낄 수 있지요.

어떤 분은 매일 두 가지씩 아이의 장점을 찾아서 말해 주기도 하더라고요. 50일을 채우면 100가지의 장점이 나오게 되는 건데요. 온 가족이 함께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남과 비교하며 보지 못했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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