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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재의 목요담론] 지질-문화의 흥미로운 연관성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07.14. 00:00:00
제주도는 2010년 세계지질공원 첫 인증을 받은 후 2014, 2018년 두 번 재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으며 올해 세 번째 재검증을 앞두고 있다. 성공적 재검증을 기원한다.

최근 필자는 경북 동해안 세계지질공원 추진 과정에 참여해 현지의 흥미있는 지질유산과 문화유산의 연관성을 좀 더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현장답사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곳 중의 하나가 경주 읍천의 양남주상절리 지질명소였다. 10여년 전 한국의 지질공원망을 결성하면서 로고를 만들 때, 부채꼴 모양의 양남 주상절리가 일반인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어서 반드시 직접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현대 사회가 모든 것을 가상으로 대리 만족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에 열광하지만, 역시 상큼한 바닷바람과 넘실대는 파도에 흰 포말이 부딪치면서 그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수면 위로 내뱉는 물리적 실체를 직접 보는 것은 가상 세계가 줄 수 없는 희열을 맛보게 한다. 이곳에는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뿐만 아니라, 옆으로 누운 것, 비스듬히 서 있는 것, 똑바로 선 것 등 그 모양의 다양성에 다시 한번 놀란다. 세계 각지의 유명한 주상절리에도 이러한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쉬운 것은 주상절리가 바닷물 속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자세한 학술조사가 쉽지 않은 점이다.

주상절리 전망대가 있는 현장 주변은 많은 카페가 들어서서 자연이 준 신비한 모습을 방문자가 즐기는 것을 바라보니, 지질유산이 우수한 곳은 지질관광으로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화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부유층이 쓰는 짙은 색의 안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경주 남석(수정, 석영)으로 만든 것이다. 남산 화강암에는 크고 작은 구멍이 많은데, 이 안을 들여다보면 석영이 자란 것을 볼 수 있다. 암석의 구멍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경주 남산 화강암은 가스 성분이 많고 지표 가까이에서 형성돼 큰 구멍이 형성될 수 있었다. 구멍이 크면 결정도 크게 자랄 수 있으므로 안경 알을 제작하는데 좋은 조건이 된다. 경주 남석은 지질학적 환경의 특수성이 만들어낸 자연의 소중한 혜택이다.

몇 년전 방문했던 중국 안휘성의 구화산 세계지질공원은 신라 왕자 김교각의 거대한 불상(높이 97m)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주와 구화산에는 불교 관련 석조문화재가 많이 있는데, 얼핏 보아도 매우 유사해 보인다. 경주의 지질유산 련 자료를 정리하다가 흥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구화산과 경주의 암석은 비조산대에서 생성되는 A-형 화강암이었는 것이다. 지질-역사-문화가 시공간적으로 아주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향후 이 지역의 지질-생물-문화를 연계할 수 있는 것을 많이 발굴해 지오관광에 활용한다면 방문객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수재 박사·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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