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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솜허라"… 4·3 재심에서 풀어낸 침묵의 세월
17일 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서 20명 무죄 선고
지난 3월 19일 시작으로 이번이 100명째 '무죄'
유족 "제사 때 물으면 핀잔… 이제라도 알릴 것"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5.17. 12:19:46

제주지방법원 4·3 전담재판부가 재심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

제주4·3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 직권재심에서 100번째 무죄 선고가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7일 군사재판 수형인 2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을 시작으로 지난달 19일 20명, 이달 3일 20명에 이어 이번이 100명째 무죄 판결이다.

앞선 재판들과 마찬가지로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20명도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내란죄 혹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경에 체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이다.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재판에 참석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1948년 농사를 짓다 군경에 끌려가 행방불명된 홍두식(당시 17세)씨의 며느리인 윤정희(51)씨가 증언에 나섰다.

윤씨는 "홍두식 어르신의 양자와 결혼을 했다. 그 양자는 홍두식 어르신의 사촌동생인 홍대식의 자녀인데, 당시 홍두식 어르신의 영혼결혼식을 시키면서 양자로 입적했다"며 "어떤 분이냐고 물으면 집안 어르신들은 '속솜하라(조용하라)'고 말하며 입 밖에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렇게 시신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분의 제사를 20년 넘게 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씨는 "작년 4·3특별법 개정되고 법정에 와보니 그 실상을 알게됐다"며 "비록 홍두식 어르신은 17살에 돌아가셨지만, 이제라도 자손들에게 꼭 이 역사를 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죄를 선고한 장 부장판사는 "4·3은 과거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여태껏 4·3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이 노력이 후대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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