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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라더니… 법원 "내국인 진료제한 근거없다"
5일 녹지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 "제주특별법상 명시적 근거 없어"
건물 매각 대해선 "아직 개설허가 유효"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4.05. 16:35:49

2018년 내국인 진료제한을 포함한 녹지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발표한 원희룡 전 지사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내주면서 덧붙인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해 법원은 "근거 없는 행정행위"라고 일축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신의 한 수' 자평이 '무리수'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녹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8년 12월 5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내면서 촉발됐다.

당시 녹지 측은 제주특별법과 의료법에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근거가 없다며 원 전 지사의 조건부 개설 허가는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특별법에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됐을 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은 담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법에서도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당초 녹지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외국인을 위한 운영한다'고 했다"며 "더군다나 최근 녹지국제병원의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은 지난 1월 19일을 기해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 디아나서울에 모두 넘어갔다. 즉 녹지 측은 실제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각하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녹지 측 주장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에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관(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심지어 이 사건 허가조건의 내용은 제주특별법 등에서 정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제주도 주장에 대해서는 "매각 사실만으로 녹지가 병원 운영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녹지병원의 개설허가는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녹지가 이번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8년 공론조사위원회는 제주도에 녹지병원의 '개설 불허'를 권고했지만,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조건부(내국인 진료제한)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원 전 지사는 "조건부 허가가 피해를 최소화할 '신의 한 수'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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