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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플러스] 다시 돌아온 4월, 4·3을 기억할 시간
제주4·3 74주년… 곳곳서 추모 물결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2. 04.01. 00:00:00

제주4·3평화공원

코로나19로 추념식 299명으로 참석 제한
대신 온라인 추모관·가상 추모공원 운영
전야제 행사에 ‘봄이 왔수다’ 기념전까지
동광·의귀·북촌·금악·가시·오라마을에
조성된 4·3길… 올해 2곳 추가 조성 예정

"당신은 서러워할 봄이라도 있지만…" 지난 29일 검찰의 청구로 열린 사상 첫 4·3 직권재심 재판에서 재판장이 희생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남긴 말이다.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처럼 삶이 아무리 험해도 살아있는 한 살기 마련이고, 또 그만큼 삶이 소중하건만 70여년 전 제주에선 수많은 도민들이 극한 이념 대립 속에 영문도 모른채 희생됐다. 세월이 흘러 우린 '서러워할 봄'이라도 되찾았지만 죽은자는 따스한 온기마저 느낄 수 없다. 살아 있는 우리가 희생자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란 그날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것이다.

▶다양한 추모행사=이번 주말 거행되는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의 슬로건은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이다. 올해 추념식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을 위해 참석 인원이 299명 이하로 제한된다. 대신 온라인(비대면) 추모관이 상시 운영되고 있으니 추념식장을 찾을 수 없는 시민은 온라인을 통해 4·3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것이 좋겠다.

특히 올해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추모공원이 구축됐다. 접속 링크는 http://abit.ly/메타버스43추모공원이다.

제주도가 구축한 이 추모 공간은 개인별 캐릭터로 접속해 4·3평화공원 내 위패 봉안실, 행방불명인 표석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4·3 희생자 추념식 현장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실제로 참배하는 것처럼 헌화하기와 방명록 작성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4·3 메타버스 추모 사이트를 찾은 추모객들은 곳곳에 배치된 가상 캐릭터 해설사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제주4·3평화재단 사이트와 연계돼 있어 4·3 동영상과 가상현실(VR) 등을 볼 수 있다.

추념식에 앞서 4월 2일에는 4·3평화재단과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전야제 행사가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전야제에는 뮤지컬 형식의 극을 비롯해 뮤지션들의 추념공연, 대합창 등 제주 4·3을 되새길 다양한 공연이 준비됐다.

1부에서는 제주4·3평화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 '메모리아&꽈뜨르'팀의 애기동백꽃의 노래와 잠들지 않는 남도로 전야제의 시작을 연다. 이후 뮤지컬팀 '튠즈'의 무대를 통해 낙인과 차별을 받으며 어두웠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뮤지컬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표현한다.

2부에서는 도내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윤정애·박연술·한정수·김한결·라무의 무용공연 '말이 되지 못한 기억', 국악연희단 '하나아트'와 '마로'가 함께 하는 민중아리랑 공연이 펼쳐지고, 이어 제주출신의 포크가수 김대익의 추념공연과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두 번째 추념공연을 꾸민다. 마지막 추념 공연에는 억압에 맞선 음유시인 가수 정태춘이 참여하며, 뮤지션들의 추념 공연이 마무리되면 전체 출연진이 함께 '상록수' 공연을 하는 것으로 전야제의 막을 내린다. 4·3추모 물결은 전국으로도 퍼져 전국 공립대가 4월 5일까지 4·3 추모 분향소를 운영하고, 서울 전태일기념관은 4월 10일까지 '봄이 왐수다'라는 주제로 4·3 74주년 기념전 등을 연다.

▶아픈 역사 따라 걷는 길=제주에는 4·3 아픈 역사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4·3길이 있다. 제주4·3길은 지난 2015년 제주 서귀포시 동광마을에 처음 조성됐다. 이어 2016년 서귀포시 남원 의귀마을·제주시 조천 북촌마을, 2017년 제주시 한림 금악마을, 서귀포시 표선 가시마을, 2018년 오라마을에 잇따라 4·3길이 열렸다.

첫 4·3길이 조성된 동광마을은 제주4·3의 참극을 세계에 알린 영화 '지슬'에 등장하는 유적지 큰넓궤와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舞童洞) 등의 유적이 자리한 곳이다. 의귀마을에는 집단 학살된 주민들의 시신을 안장한 현의합장묘와 무장대의 시신이 묻힌 송령이골, 주민들이 은신한 영궤가 있다.

북촌마을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소재가 된 곳으로 4·3 당시 이 마을에서는 주민 300여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집단 희생됐다. 금악마을에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4·3때 주민들 피난처가 된 갱도 진지, 대정읍 섯알오름에서 학살된 수십 명의 희생자 시신을 수습해 조성한 묘역인 만벵디 묘역이 있고, 가시마을과 오라마을에도 4·3의 아픈 역사 서린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한편 4·3길에는 해설사가 배치돼 4·3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마을의 풍습, 유적지, 정보 등을 제공하며 제주도는 올해 4·3길 2곳을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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