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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성마을 정착 때 심은 벚나무 하루아침에 '싹둑' 반발
연도로 도시계획도로 확장 공사 관련 40여 년 수령 벚나무 제거
일부 지역민 시장실 항의 방문에 제주시 "이식 시 생존 어려운 수종"
"운이 좋아 보호수·노거수 지정… 나무마다 지닌 스토리 살펴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3.16. 15:55:37

제주시가 지난 15일 연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제성마을 도로변 벚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연도로(신광로터리~도두) 도시계획도로 확장 공사에 따른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수목 제거와 관련 일부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호수 개념을 확장해 마을 내 오래된 수목에 대한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전 제성마을에 사는 4명의 지역민이 제주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마을 도로변에 자라는 40여 년 수령의 벚나무를 시청에서 통장의 말만 듣고 동의 없이 잘라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번 일은 제성마을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벚나무 제거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지난 15일 오래된 벚나무 5그루를 포함 6그루를 일제히 베어내면서 불거졌다. 시장실을 찾았던 권재섭(89) 할머니는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지금은 돌아가신 남편을 포함해 다섯 사람이 40~50년 전쯤에 심은 벚나무다. 꽃이 피면 얼마나 탐스럽고 예뻤는지 모른다"며 "어제 시청에서 와서 자른 나무를 보면서 마치 남편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 같아 펑펑 울었다"고 목이 멘 모습이었다.

이에 제주시 도시계획과 측은 "도로 포장을 하려면 나무를 베어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설 계획도 있었으나 현장에서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 결과 벚나무의 경우 수령이 많으면 옮겨 심어도 살아날 확률이 적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동일 수종으로 최대한 성장 상태가 좋은 나무로 대체해 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100년 이상 수목 중에서 산림보호법 등에 의거해 지정되는 보호수만이 아니라 마을에 스토리가 있는 나무들에 대해서도 관리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내 한 식물 전문가는 "40~50살이 넘은 벚나무는 옮겨 심기 어렵지만 이번처럼 개척민들이 심은 나무로 마을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있었다면 상징적으로 적어도 1그루쯤은 다른 곳에 다시 심거나 번식을 추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나무마다 스토리가 있다. 운이 좋아 보호수가 되고 노거수가 된 것이다. 도민들의 추억이나 향수가 있는 나무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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