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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선 공론화로 '군불'… 설 연휴 본격 갑론을박
제주~서울 고속철도… 도민 공감대 얻을 수 있을까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입력 : 2022. 01.27. 00:00:00

전라남도가 2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건의문 발표를 통해 철도 르네상스 시대 실현과 국가 균형발전을 앞당길 '서울-제주 고속철도 건설'을 제20대 대통령 공약으로 반영할 것을 건의했다. 사진은 전라남도가 제시한 서울~제주 고속철도 노선도. 사진=전남도청 제공

민주당, 여론조사 등 당 내서 심도 있게 검토돼온 사안
환경파괴 우려·제주 섬 고유성 상실 등 반대 여론 상존
재생 에너지 송전·농수산물 수송·택배료 해결책 제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제주-서울 고속철도 구상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돌출 발언이 아닌 당내에서 심도있게 검토돼온 사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26일 한라일보가 확보한 민주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자체적으로 제주와 육지를 잇는 '호남-제주 고속철도망' 건설사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제주 고속철도망' 건설 사업은 이재명 후보가 최근 언급한 '제주-서울 고속철도' 사업과 같은 것이다. 사업 추진을 요구하는 지역별로 '목포-제주 해저터널', '완도 경유 제주 해저터널'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호남과 제주를 해저고속철도로 이어 서울과 제주를 잇는 사업인 만큼 '제주-서울 고속철도'로 최종 명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7년 발표한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구상안'에 따르면, 이 사업은 호남고속철도(서울-익산-정읍-광주-목포)를 제주지역까지 해저터널로 연장함으로써 친환경 녹색교통수단인 철도교통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 서울-호남-제주의 국토축을 21세기의 신국가성장축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목표다. 경부축과 함께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면서 서해안 신산업벨트 및 남해안 선벨트 등 신성장지역개발계획과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개발사업을 연계시킨다는 구상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제주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정당 지지성향별, 지역구별, 거주기간별 등으로 이 사업에 대한 찬반 여부가 조사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2%가 찬성, 반대는 37.2%인 것으로 나타나 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민주당내에서는 제주-서울 고속철도가 제주 신재생에너지의 육지 송전과 제주산 농수산물 운송 편의 증대, 제주 지역 택배 물류비 개선 등 제주의 현안들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사업이라는 측면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건은 도민들의 사업 수용 여부로, 민주당도 제주도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주 제2공항은 국제교류를 감안한 인프라인만큼 제주-서울 고속철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도민들, 교통수단의 다양화·공항 수용력 대체 기대

민주당이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주-서울 고속철도를 찬성한 응답자는 전체의 55.2%다. 이중 32%는 찬성 이유로 '교통수단의 다양화 및 공항 수용력 대체'를 꼽았다. 다음으로 '인적·물적 교류 확대'(19.2%), '지역경제 활성화'(18.5%) 순이었다. '기상악화에도 육지와 교류 가능'(16.6%), '관광업 등 유관산업 발전 가능성'(12.2%)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제주시 지역과 서귀포시 지역 모두 찬성 이유로 '교통수단의 다양화 및 공항 수용력 대체'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남녀, 전 연령대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대선 주자 지지 성향별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자를 제외하고,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 중 고속철도 사업 찬성자의 30% 가까이가 교통수단의 다양화와 공항 수용력 대체를 이유를 들었다.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우려가 가장 많아, 제주 섬 고유성 상실도

전체 응답자의 37.2%가 제주-서울 고속철도 사업을 반대했다. 그 이유로는 '건설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25.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많은 인구 유입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작용'(21.6%), '제주 섬의 고유성 상실'(17.4%), '건설 비용 대비 경제적 기대효과 불확실'(15.2%), '경유형 관광지로 전락 우려'(10.4%), '재해로 인한 피해 우려'(8.7%)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자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는 '건설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그 이유로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 지지자는 '많은 인구 유입 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부작용'을 반대 이유로 가장 많이 들었다.

▶거주기간 별로 다른 응답 경향 보여

제주 거주기간별로 제주와 육지를 잇는 고속철도에 대한 인식은 차이를 보였다.

찬성 응답자 가운데 제주 5년 미만 거주자는 ‘지역경제 활성화’(27.3%), ‘인적 물적 교류 확대’(20.4%), ‘기상 악화에도 육지와 교류 가능’(19.9%) 순으로 찬성 이유를 들었다. 이에 비해 20년 이상 거주한 찬성 응답자의 경우 ‘교통수단의 다양화 및 공항 수용력 대체'(32.1%)가 가장 많았고, ‘인적 물적 교류 확대’(19.1%)가 그 뒤를 이었다.

반대 응답자 가운데 제주 5년 미만 거주자는 '건설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30.1%), '건설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 불확실'(25.4%)을 반대 사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20년 이상 거주자 중 반대 응답자는 '많은 인구 유입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작용'(27.1%), '제주 섬의 고유성 상실'(18.6%)을 이유로 반대했다.

▶사업성과 불안 요소 제거 중요

해저터널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이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에만 전체 공사비 14조 6000억의 60%인 8조 이상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오랜 건설기간이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앞서 건설된 해외 해저터널들이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으며 사업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부 국가에서 추진되던 해저터널 사업들이 추진이 지지부진하거나 건설 후 수익을 기대만큼 얻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요구된다.

한국교통연구원(2009년 월간 '교통' 3월호)은 이용 수요, 해저터널 구간의 지형 및 지질 구조, 공사비 산정, 경제적 및 기술적 타당성, 재원조달방안 등이 세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실시한 제주 해저터널 관련 타당성조사 용역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1에 못미치는 0.78에 불과했다.

우리나라가 아직 해저터널 건설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해저터널은 해저 지질구조의 조사기법 및 분석기술, 터널 설계, 굴착에 따른 위험예측 및 관리방안,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있는 터널의 설계 및 시공 기술, 염분이 터널로 스며드는 것을 막는 방염기술 등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최신 기술을 접목하면 건설의 어려움도 덜고 운행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미래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의 한국형 모델인 하이퍼튜브(HTX:Hyper Tube eXpress) 테스트베드 지정에 나섰다. 하이퍼루프는 밀폐된 터널을 진공 상태로 만든 뒤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캡슐을 집어넣고 운행하는 미래 교통수단이다.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 시범사업은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1조10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하이퍼튜브 사업화를 위한 핵심 연구개발을 연내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생 에너지 송전·농수산물 수송·택배료 문제까지 해결책으로 제시

제주-서울 고속철도는 육지와 제주를 이어 교통 편의를 증진하는 것 외에도 제주가 섬이라는 특징으로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여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제주에서 과잉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육지전송 광케이블을 해저터널에 깔아 '에너지 고속도로'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주산 농수산물의 육지 공급이 원활해지며, 타 지역에 비해 비싼 제주 택배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아울러 제주-서울 고속철도의 종착역을 서귀포시에 두면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통합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 미래 남북 통일 이후 대륙 횡단열차가 제주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저터널 건설은 타당성조사 부터 시설공사까지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도민들이 제주의 미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번 해저터널 이슈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서귀포에서 아침 열차를 타고 당일 점심 전, 서울에 도착하는 미래 제주의 모습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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