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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형의 한라시론]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7.22. 00:00:00
같은 팀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더욱이 팀장과 같은 관리자가 그렇다면 팀 분위기는 물론 팀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가 되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하고 화를 좀 내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화를 내면 팀원들이 다 떠난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버럭' 팀장에 대한 예를 보자. 위에서 내려오는 프로젝트 실적에 시달리는 '버럭' 팀장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일정이 쫓기게 되면 버럭, 버럭 화를 냈다. 팀원들이 실수를 하면 즉각적으로 지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났다. 이런 상황이 반복됨에 따라서 상사들이 그와 수차례 면담을 하면서 화를 내는 행동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일이 잘 안 풀리기라도 하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했다. 그런 어느 날 이런 냉랭한 팀 분위기를 좀 풀어주려고 회식을 하게 됐다. 평소에 참던 사람들도 술 한잔이 들어가면 감정 통제가 안되고 폭발을 한다. 가급적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지만, 자연스레 일 얘기가 나오고 팀원들이 평소의 불만을 얘기했다. 여러 팀원들의 공격을 받게 된 팀장이 폭발을 했다. 좋은 회식 자리는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고, 분위기가 싸해진 회식자리는 서둘러 마무리됐다. 다음 날, 팀장은 그날의 실수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래도 팀장과 팀원들의 관계는 냉랭했다. 이런 분위기에 괴로워하던 팀장이 아침 미팅에서 잠깐 동안 자기 어릴 적 얘기를 했다. 아버지는 자주 술을 마셨고, 그런 날이면 어머니에게 욕을 하고, 발로 차고, 반찬이 형편없다고 밥상을 집어던지곤 했다. 장남인 그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엄마, 동생들을 지켜야 했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야 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힘이 좀 세지자 더 이상 아버지의 폭력을 볼 수 없어서 아버지를 제지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아버지가 너무너무 싫었는데 정작 본인에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있어서 매우 서글프다고 했다. 특히 술자리에서 화나게 하면 통제가 안 된단다.

이전에 '똥파리'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어려서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있었다. 폭력에 시달리다가 엄마가 죽고 병약한 아버지와 후에 같이 살게 됐다. 성인이 된 아들은 집에 있는 아버지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술을 먹고 발로 차며 두들겨 패며 욕을 한다. 가정폭력의 대물림이다.

이렇게 비난받을 사람도 그렇게 된 사연을 들어보면 연민의 감정이 생긴다. 사연이 있다고 해도 다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연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팀장이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 과거 고백을 들은 팀원들은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팀장은 아는 지인의 권유로 분노조절 상담을 받게 돼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

비난받을 사람도 왜 그렇게 됐는지 사연을 들어보면 포용의 마음이 생긴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만들어서 사연을 들어보자.

<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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