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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예술인 기증품 서울로… 문 닫힌 저지문화마을 예술가의 집
[문화 포커스] 첫 활성화 용역 저지문화예술인마을(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7.19. 18:41:46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랜드마크인 제주현대미술관. 이 지역에 흩어진 공공 문화시설 운영 주체를 일원화해 입주 예술인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진선희기자

56명에 필지 분양… 입주자 33명 중 상주는 19명 그쳐
입주 예술인 작품 제주에 남도록 정책적 뒷받침 필요
제주현대미술관·김창열미술관·문화마을 등 운영 주체 일원화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던 원로 서예가가 2010년 서울시립미술관에 55점의 작품을 기증한 적이 있다.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선조와의 인연이 알려진 서예가는 당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입주했으나 그의 기증품은 제주가 아닌 서울로 향했다. 그는 2016년 작고했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작업실은 현재 주인을 잃은 채 문이 닫혀 있다.

1999년 옛 북제주군에서 IMF 극복과 경영수익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로 유휴 군유지를 활용한 택지 개발 사업으로 추진된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소규모 택지조성사업으로 시작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자연적 특색을 이용한 지역 특화개발시책으로 전환됐다.

문화예술인마을로 불리나 그곳엔 '예술인'이 드물다. 2010년 3월 제주도가 고시한 32만5100㎡ 규모 저지 문화지구 내 필지를 분양받은 도내외 예술인은 56명이다. 지금까지 33명만 건물을 지어 입주했고 이 중 갤러리 운영 등으로 상주하는 예술인은 19명에 불과하다.

입주 예술인들이 고령화 등으로 건물만 두고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예술 공간으로 이어가지 못할 경우 예술인마을 조성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지문화예술인마을 1호 입주 예술인으로 '먹글이 있는 집'에 상주해온 제주 현병찬 원로 서예가가 지난 7일 제주도에 작품과 토지, 전시관을 조건 없이 기부한 일은 주목된다. 현병찬 서예가는 그동안 북제주군이 저지리에 문화예술인마을을 '설촌'했던 목적을 살려 입주 예술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현 서예가는 이번 기증이 다른 입주 예술인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로, 중진 등 유명 입주 예술인들을 문화지구의 '자원'으로 만들려면 이 같은 개인의 의지에 앞서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 김창열미술관, 공공수장고 등 운영 주체가 일원화되지 않고 제각각인 현실에서는 자연 속 문화지구의 비전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 특히 저지 문화지구 내 문화예술 인프라 조성이 정치적 입김이 아니라 기존 입주자 활용 등 정책적으로 체계화되어야 자신의 작품을 제주에 남길 예술인들이 잇따를 것이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온라인 정보는 제주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간략 소개된 내용이 전부이지만 이 일대를 찾는 방문객은 꾸준하다. 관람객 수 파악이 가능한 제주현대미술관의 경우 입장 인원이 2017년 6만9758명, 2018년 6만7588명, 2019년 8만8661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작년엔 코로나19로 관람객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추이를 보면 이곳에 쏠리는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입버릇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할 게 아니라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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