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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술관 정책 부재 보여주는 '미스터리 지역'
[문화 포커스]첫 활성화 용역 저지문화예술인마을(상)
저지 문화지구 잇단 미술관 소통 없이 일사천리 진행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7.18. 18:48:10

저지 문화지구에 들어선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학예 인력 1명만 배치된 상황에서 2년 만에 벌써 목표 수장품의 절반 이상이 찼다. 진선희기자

○…제주도가 9000만원을 투입해 처음으로 '저지문화예술인마을 활성화 용역'(가제)에 나선다. 2017년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지구 관리계획'을 내놓았던 제주도가 좀 더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추진하는 일이다. 두 차례에 걸쳐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의 현주소를 짚는다.…○

제주 미술사 조명 취약한 미술관 운영과 대조적 모습
대대적 홍보 공공수장고는 시설 규모·인력 관리 뒷전



제주의 한 미술인은 그곳을 "미스터리 존"이라고 칭했다. 제주도립미술관 건립을 확정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그곳에선 일사천리로 공립미술관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지역 문화계 등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는 점을 짚은 말이었다.

그곳은 바로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문화지구다. 저지 문화지구는 제주도 미술관 정책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2007년 9월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제주현대미술관이 문을 열었는데 그 뒤 이 일대에 세워졌거나 조성 예정인 미술관은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10년 역사가 넘는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에 놓고 이제는 균형잡힌 시각에서 지역 미술사와 지역 작가를 조명하는 미술관 정책이 필요한데도 제주도는 그 점을 외면해왔다.

새로운 미술관 등 시설을 유치하면 당장 지역 활성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혹자는 외부 콘텐츠를 유입해 문화예술의 '메카'로 이끌 수 있는 장점을 든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흐름처럼 되어버린다면 문제다. 이번 제주도의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용역 배경에도 지난 1일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민간 기증자와 맺은 협약에 저지 문화지구 내 별도 독립된 미술관 조성과 상설 전시를 명시한 중광 관련 미술품 기증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는 연내 마무리 예정인 해당 용역에 가칭 '중광미술관' 건립 타당성 검토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저지 문화지구에 들어선 기존 공공 문화기반시설 관리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전국 지자체에서 최초로 만들었다고 홍보한 '제주도 문화예술 공공수장고'가 대표적이다.

2019년 6월 개관식을 가진 공공수장고는 도내 공립미술관의 수장 공간 부족 현상을 해소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회화를 기준으로 수장 가능한 작품 수는 1500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건축공사에 82억원을 들인 이 시설은 2년 만에 벌써 목표 수장 작품의 절반 이상이 찼다. 7월 현재 공공수장고에 보관 중인 작품은 774점에 이른다. 공립미술관만이 아니라 박물관 등 공공 기관에 있던 미술품이 공공수장고로 향한 결과다. 제주도가 지금처럼 작품 기증을 받는다면 수장 시설 포화 시점이 금세 눈앞에 다가온다.

더욱이 공공수장고는 인력마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당초 공공수장고 타당성 조사 용역에 언급된 인원은 운영팀, 학예팀, 시설관리팀 등 최소 5명이지만 지금은 보존처리를 전공한 학예연구사 1명과 공무직 1명이 근무 중이다. 저지 문화지구의 외양 확장에 치중하는 사이 제주 공공 미술품을 관리, 연구하고 후대에 전할 공간이 될 공공수장고의 정상 가동은 뒷전인 상황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건물 짓는 일은 잘하는데 후속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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