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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차별이 키운 기업가 체질… 이익은 제주 사회로
고추월 월자기업 회장 평전 '대지를 향해 새벽을 걷다'
노점상에서 시작 3개 자회사 키운 스토리와 가족 생애사
"개인 회고 기록 넘어 제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3.25. 17:55:36
1938년 일본 오사카 태어나 1945년 귀국한 그는 어려선 말이 서툴다고, 좀 더 커선 돈이 없다고, 결혼해선 남편이 이북 사람이라고, 사업을 하려니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그 시절을 살아오는 동안 그는 "손을 내밀 때마다 세상은 거절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억척스럽게 살았다. 다행히 '욕심쟁이 할망'이란 소리는 듣지 않는다는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의 꽃씨 한 알씩은 나눠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한다.

제주 월자기업 고추월 회장의 이야기다. 제주를 대표하는 여성경제인으로 노점상에서 시작해 지금은 '월자포장', '월자제지', '그린자원' 3개 자회사를 중견기업으로 키워 낸 고 회장의 평전 '대지를 향해 새벽을 걷다'에 그 같은 사연이 담겨 있다.

고 회장의 아호를 딴 '효경 고추월평전편찬위원회'(위원장 김성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에서 펴낸 평전은 제주도지역혁신협의회를 모태로 2007년 친목조직으로 결성된 포아이 포럼(Four Islands Forum)의 토론이 계기가 되었다. '제주 발전을 추동하거나 헌신한 현대 유공 인물의 조명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에 대한 논의가 평전 발간으로 이어졌다.

편찬위 측은 이 평전이 온정적 의도로 집필된 홍보물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평가를 통해 후대에 진솔하게 전할 수 있는 성공과 실패의 빛과 그림자를 그려내고 있다고 했다. 개인의 회고 기록일 뿐만 아니라 제주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사례로 교훈적 가치가 높다고 했다.

평전은 고 회장의 성공 스토리, 사회의 도움으로 얻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지의 실천, 가족 생애사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고 회장의 활동상을 연보로 정리했다.

고 회장은 이 평전에서 자신의 경영 방식으로 꼽히는 단호단 결단과 과감한 투자의 원천으로 어려서부터 겪은 고난과 차별을 들었다. 거래 물량이 적어 남들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들였지만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손해 봤던 일이 많았고, 남들과 똑같이 과수원에 물건을 구입하러 가도 따돌림을 당했었다. 그 경험이 그의 기업가 체질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특히 기업가로서 그 이익을 지역에 돌려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따리를 풀고 행상하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게 평생 한이 되어 가슴 속 응어리로 남아 있다"는 그는 중학교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이끈 담임 김국배(제주여중) 선생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제주여중·고에 추월장학회를 설립했고, 제주대학교 발전기금으로 지금까지 총 12억 8000만원을 기탁했다. 사회 각계 성금·기부금 등을 합치면 24억원이 넘는다. 고 회장은 "사람의 향기가 만리를 갈 수 있는 이치는 어쩌면 깊은 연민과 배려로 인한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비매품. 문의 77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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