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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1주년/ 도시재생 뉴딜사업]
단단한 마을공동체 마중물사업으로 원도심 활력 모색
일도2동 신산머루·서귀포 월평 등 제주도내 5개 마을서 추진중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0. 04.22. 00:00:00

월평마을은 풋한라봉으로 한라봉청과 미스트를 만들어 작년 10월 제주올레걷기축제에서 판매·홍보했다. 사진=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생활환경 개선·주민역량 강화교육
마을관리협동조합도 설립
3년여 사업후 현장지원센터 철수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은 과제로

쇠퇴한 구도심의 낡은 주택을 고치고, 주차장 등 생활편의시설과 주민공유공간을 만들어 주민의 재정착을 높여 생기넘치는 마을을 만들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이 사업은 5년간 총 50조원을 들여 전국 500곳의 소규모지역 노후주거지 환경 개선이 목적이다.

현재 제주에서는 5개 마을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중이다. 재개발이 기존 주거지와 과거의 기억까지 싹 밀어내는 방식이라면, 도시재생은 기존 모습을 유지하면서 주민 참여와 협의를 통해 낙후환경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 공모로 진행하는 사업의 중심엔 마을주민들이 있다. 주민들은 마을의 문제가 무엇인지, 또 공동체 이익을 실현할 사업방향을 현장에 들어선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찾아간다. 또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한 주민역량강화교육과 마을사업, 공유공간을 관리·운영할 마을관리협동조합도 설립되고 있는데 이들 사업이 쇠퇴한 마을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2019년 7월 신산머루 마을에 마을공동체사업으로 문을 연 '촐래고팡'. 사진=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2017년 12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제주시 일도2동 신산머루 4만5927㎡에서는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가 올해 말까지 진행중이다. '우리동네 살리기' 유형의 사업은 초기 일부 주민들이 비좁은 골목길과 밀집한 노후주택 등 열악한 환경을 도시재생이 아닌 재개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일기도 했다.

이에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먼저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이해를 돕기 위해 도시재생대학과 주민역량강화교육부터 진행했다. 역량강화교육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집수리 전문가'와 '동네부엌 셰프' 과정을 통해 14명이 수료했다. 목공, 천연염색, 사진, 협동조합만들기 교육이 마을경로당 등에서 진행되며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적해지고, 공동체의식도 미약하던 마을에 자연스럽게 교류의 장이 만들어지며 차츰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국토부 주최 '2019년 도시재생 주민참여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는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한 주민 노력에 재개발과 도시재생 갈등 속에서 화합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점을 평가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도시재생과 맞물린 '신산머루 촐래고팡'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마을공동체사업에 선정돼 2019년 7월 문을 열었다. 제주어로 반찬(촐래)과 식량 저장소(고팡)를 뜻하는 공간에선 동네부엌 셰프교육을 수료한 주민들이 도시락과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고, 방과후 아이 돌봄 운영과 먹거리를 제공한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돼 인건비 등을 지원받으며 안정적인 운영을 모색중인데, 현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휴업중이다.

신산머루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2019년 5월 국토부로부터 최종 설립인가도 받았다. 마을조합은 노후주택 보수와 인테리어 공사,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지는 공동체공간 위탁사업, 공동체 마을부엌 사업 등 도시재생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해 마을 건축물 168동 중 30년 이상 주택의 신청을 받아 23가구에서 집수리가 이뤄졌고, 올해는 77가구에서 진행된다. 특히 마을조합은 올해 집수리 사업에 목공·인테리어 기술을 갖춘 마을주민들이 참여토록 해 일자리 창출과 하자보수도 받기 쉽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산경로당과 커뮤니티공간에 대한 그린리모델링과 주차장 조성에 이어 올해는 마을 커뮤니티공간인 (가칭)돌봄센터도 신축된다.

2019년 12월 열린 서귀포시 월평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총회. 사진=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월평마을 주민역량강화교육. 사진=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혼디 손심엉! 지꺼진 월평마을 만들기'=신산머루와 함께 2017년 12월 도시재생 뉴딜사업(주거지 지원형)으로 선정된 서귀포시 월평마을 11만3520㎡에선 올해 3년차 사업이 진행중이다.

그동안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는 경제활성화·주거환경·생활환경·역사문화 분과로 나눠 정기모임과 도내외 선진지를 답사하면서 월평마을에 적용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홀로사는 노인가구 집수리를 위해 주민교육 참가자들에게 도배·장판 기술을 습득케 해 지난해 노후주택 11가구를 집수리했다.

마을 변천사가 깃든 역사자원 발굴에도 공들였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월평마을 보물찾기 공모전'과 마을 역사문화자료를 디지털화해 보전하기 위해 중요 고문서를 보관한 '궤'를 개봉, 사진으로 촬영해 1200여장을 디지털화했다. 이를 토대로 고문서 탈초·번역과 해제·감수과정을 거쳐 책자로 펴내 내년 준공될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3층 마을역사문화자료실에 전시할 예정이다. 센터 1층은 카페 등 수익사업공간으로, 2층은 주민 여가·체력단련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준비위원회는 협동모델 발굴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풋한라봉으로 한라봉청과 미스트를 제작해 10월 제주올레걷기축제에서 판매·홍보했다. 마을주민 다수가 만감류를 재배중인데, 열매솎기로 버려지는 풋한라봉을 활용해 사업화 가능성을 점쳐보는 값진 경험이었다.

올 3월 국토부로부터 월평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인가를 받은 마을에선 앞으로 만감류 체험농장과 택배사업, 어린이 놀이시설과 연계한 마을카페 등을 구상중이다. 특히 현장지원센터 철수 후에도 마을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주민 2명이 센터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이들 2곳 외에도 제주시 삼도2동 남성마을에서 2022년까지 '다시 돌앙 살고 싶은 남성마을 이야기', 건입동에서 2023년까지 '김만덕의 얼이 살아숨쉬는 행복한 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귀포시에서는 '신영물 스토리와 다시 사는 모슬포' 사업이 2022년까지 대정읍 하모리에서 추진중이다.

제주시 신산머루는 2019년 도시재생 주민참여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평가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진=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

▶사업지속성은 과제로=중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마을에서 추진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공동체나 협동조합의 개념조차 생소해하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 차례의 사업설명회와 역량강화교육을 통해 도시재생에 대해 이해와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의 지향점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 이익 추구에 있어 지속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3~4년의 사업기간 종료 후 현장지원센터가 철수하면 사업 운영주체는 마을관리협동조합의 몫이 돼 지속가능성 여부도 관건이다. 짧은 사업기간 도시재생의 불씨를 피우기 위한 마중물사업들이 마무리된 후에도 다양한 주민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지속가능한 공공과 민간의 연계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송종철 월평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하고 역량강화교육을 통해 3~4년간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기에는 빠듯한 감이 있다"며 "지자체의 예산으로 주민역량강화사업을 먼저 진행한 후 주민 의지가 강한 곳부터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외솔 신산머루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신산머루는 행정-주민-센터의 협력이 잘 이뤄져 왔는데, 올해 말이면 사업이 종료된다"며 "사업종료 후에 일정기간 현장지원센터 일부 인력이 남아서 마을조합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방안에 대한 행정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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