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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JDC와 함께하는 글로벌 에티켓 캠페인] (11)목숨 건 질주 '무단횡단'
조금 빨리?… 생명단축 지름길!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8. 08.13. 00:00:00
교통안전불감증이 생명 앗아갈수도

지난해 무단횡단 사망자 무려 562명

조금 불편해도 횡단보도 이용 습관을

#A씨(40·제주시 거주)는 최근 신호를 받고 교차로 좌회전을 하자마자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낼 뻔 했다. 앞차가 급정지를 했기 때문이었다.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앞을 살펴보던 A씨는 어이없는 상황에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일행 3명이 줄지어 6차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너무도 당당한 무단횡단 보행자였다.

#B씨(38·제주시 거주)는 최근 바쁜 출근길임에도 바로 앞쪽에서 중앙분리대를 넘어 유유자적 도로를 가로지르는 한 할머니의 무단횡단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에게 경적을 울릴 수도 없어서 정차한 채 속만 끓였다. B씨는 "사실 출근이 늦어지는 것보다 차량이 이렇게나 많은데 위험하게 무단횡단하는 할머니가 더 걱정이었다"고 했다.

종종 우리는 이렇게 황당하고 위험한 무단횡단을 목격한다. 이들에겐 무단횡단 방지시설인 중앙분리대도 무용지물이다.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횡단보도까지 가기 귀찮거나 바빠서, 혹은 '짧은 거리니까 차가 오기전에 빨리'라는 안일한 생각에 한번쯤 해보는 위험한 질주가 '무단횡단'이다.

문제는 이 '한번쯤'이라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영원히'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TAAS(교통사고분석시스템) 무단횡단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는 총 9590건, 사망자수는 무려 562명이다. 하루 1명 이상이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제주지역도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38명 가운데 정상적으로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9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29건이 무단횡단, 신호위반, 도로통행 등 보행자 과실에 의한 사고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광주 쌍촌동에서 발생한 여대생 2명의 무단횡단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무단횡단이 얼마나 고통스런 결과를 초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최근에는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했더라도 운전자 책임을 묻던 과거와 달리 보행자의 과실을 더 높게 보고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 상황이라면 운전자가 대비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횡단보도를 무시하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은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와 같다. 조금 빨리, 잠깐 편하고자 선택한 지름길이 생명단축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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