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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에 몸살 앓는 제주 (상)]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수거부터 처리까지 골머리
한라일보·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공동 기획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1. 08.19. 00:00:00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들. 한라일보DB

해수부 연간 8600여t 발생 추정했지만 지난해 수거량 1만6000t
지난 8년새 연평균 9% 증가 수거·처리 비용만 지난해 75억원
염분·수분 많아 도내서 소각 불가능… 매립장 조기 포화 부추겨

제주도가 해양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방대한 양에 제주도 해안이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한라일보는 제주도 해양 쓰레기 실태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책들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해양쓰레기 수거량 연평균 9% 증가=제주지역 해양쓰레기 발생량에 대한 정확한 측정 결과는 없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지역 해양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8653t으로 추정됐다. 해수부는 매년 민간단체에 의뢰해 전국 주요 해안 지역에서 해양쓰레기 발생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데, 워낙 해안선이 길고, 넓다보니 특정 지점을 꼽아 측정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된다.

제주지역 조사 대상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 등 2곳으로 한정돼 있다. 길이로 따지면 약 4㎞로, 제주 해안선 길이가 50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지점이 턱없이 부족하다.

강경범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연구위원은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에 나온 해양 쓰레기 추정 발생량은 말그대로 추정치"라며 "조사 대상이 적어 8653t이란 숫자에 큰 의미를 두긴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추정 발생량'보단 '수거량'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3년부터 2020년 사이 최근 8년간 도내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2013년 8281t ▷2014년 7250t ▷2015년 1만4475t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062t ▷2018년 1만2412t ▷2019년 1만6112t ▷2020년 1만6072t으로 연도별로 증감 추이에 변동은 있지만 연 평균 9.2%씩 늘었다. 특히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천 단위를 넘어 1만t에서 1만6000t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폭증했다.

해양쓰레기가 늘자 처리 비용도 급증했다. 2016년 31억2000만원이던 쓰레기 수거·처리 비용은 2017년 61억여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 지난해에는 75억원14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발생 경로 다양…재질은 플라스틱 압도적=해양쓰레기의 발생 경로는 다양하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해양쓰레기의 65%가 육상에서 발생해 하천을 통해 해안과 해상으로 유입되고 있다. 또 동중국해에서 떠내려 와 제주 해상과 해안에 도달하는 '외국 기인 쓰레기'도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대표적이다. '바다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괭생이모자반은 바다에서 선박 회전용 추진 날개(스크루)에 감겨 운항을 방해하고, 해안가에서는 바위에 달라붙은 뒤 썩으면서 악취를 풍긴다. 제주 해상과 해안에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은 대개 중국 해역에 서식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지역 수거량은 ▷2016년 2441t ▷2017년 4407t ▷2018년 2150t ▷2019년 860t ▷2020년 5186t ▷2021년 9733t으로 최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 괭생이모자반은 농가 비료와 전복 배합사료로 활용될 수 있어 마냥 쓰레기로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연근해 어업 활동 과정에서 유실되거나 버려진 쓰레기도 골칫덩이다. 지난 2018년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자원순환사회연대가 김녕리·사계리 해안에서 수거한 1222개의 해양쓰레기를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류가 725개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는데, 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다수는 부표, 그물, 밧줄 등 어업 관련 쓰레기이거나 페트병이었다.

재질 면에서는 플라스틱이 압도적이다.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특히 플라스틱은 바다 속에서 썩지 않지만 마모되거나 파손되는 등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한 뒤 빠른 속도로 번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 미세플라스틱을 해양생물이 섭취하고, 또 이 해양생물을 사람이 먹어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 지점을 달리해 올해 5월 29일부터 6월 26일 사이 내도동 알작지해변, 김녕해수욕장, 애월 한담해변에서 3864개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다수 쓰레기가 플라스틱 재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1324개가 수거돼 전체 쓰레기양의 34%를 차지한 담배꽁초의 경우 성분의 90%가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돼 있다. 담배 꽁초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해양쓰레기는 플라스틱 파편류(745개·19.3%)로 역시 플라스틱 재질이다. 플라스틱 파편류는 플라스틱 제품이 본래 어떤 제품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된 쓰레기를 일컫는다.

또 나일론 등 플라스틱 재질의 그물과 부표 등 해양 쓰레기가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다.



▶해양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나=제주도는 지난 2017년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는 도내 해안가에 배치돼 해양쓰레기만 수거하는 전담 인력을 말한다. 해양 쓰레기양이 워낙 많아 때때로 투입하는 공공 수거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는 겨울을 제외한 9개월간 해양 쓰레기 수거에 나서며 해마다 150명 안팎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청정 바다 지킴이가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7550t으로 전체 수거량의 약 45%에 달한다. 나머지는 낚시터 환경개선사업, 바닷가 수중 정화사업, 조업 중 인양쓰레기 수매사업,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민간단체 등을 통해 수거한다.

이렇게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중간집하장으로 보내진다. 중간집하장은 여러 곳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한데 모아 보관하는 시설로 도내에서는 제주시 8곳, 서귀포시 7곳 등 모두 15곳이 운영중이다. 중간집하장은 스티로폼, 폐목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분리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혼합된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가 일정량이 모이면 민간 폐기물처리업체로 보낸다. 대다수 중간집하장은 쓰레기를 쌓아놓는 단순 야적 기능에 머물고 있다

해양쓰레기는 소각하기도 힘들다. 염분과 수분량이 많아 불에 태워 처리할 경우 소각시설이 고장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도내 소각 시설은 해양쓰레기 반입자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 처리하거나 매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내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의 절반은 민간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압축 등의 과정을 거쳐 육지로 보내지며 나머지 절반은 도내 매립장으로 보내져 땅에 묻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해양쓰레기 처리 방식은 도내 쓰레기 매립장의 조기 포화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쓰레기의 특성상 원활한 재활용과 소각을 위해 염분과 이물질, 수분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이른바 전(前) 처리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제주도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제주도가 전(前) 처리시설과 비슷한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을 도입하려다 이해못할 이유로 포기한 사례도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15년 분리수거가 어렵고 염분이 많은 해양쓰레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을 280억원을 들여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포기했다.

당시 제주도는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비 10억원을 받고서도 이런 건립 계획을 취소해 국비 10억원을 반납했다. 당시 제주도는 해양쓰레기 종합처리장을 도입할 경우 경직성 경비가 매년 30억원이 드는 점과 당시 구좌읍 동복리에 추진되던 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완공되면 이 센터에서 해양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건립 계획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준공된 동복 환경자원순환센터는 생활쓰레기만 처리할 뿐 해양쓰레기는 반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상민기자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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