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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만난 권투의 서정… 늦은 사랑의 고백
강문신·김종호·김문수 시집… 김영기 시인은 동시조집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8.02. 20:37:22

제주에 사는 시인들의 시집을 차례로 받았다. 치열함과 달관을 오가는 권투의 서정이 그려지거나 이젠 함께할 수 없는 이를 향한 그리움이 거기에 있었다.

1990년 서울신문,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서귀포의 강문신 시인은 시조집 '해동(解冬)의 들녘'을 냈다. "연초록 지고지순이 시어보다 곱습니다"('그들은')라며 귤 묘목 가꾸는 일에 푹 빠져 사는 시인이지만 '세컨', '수건', '어느 링사이드', '첫 출전' 등 제주복싱회관 관장 이력이 드러나는 시편들이 던지는 인상이 강하다.

"세상은 세컨도 심판도 없는 4각의 링/ 도무지 그 흐름은 안개 안개 속의/ 앙다문 인파이팅이었다, 어찌 보면 무모한"('안개')처럼 시인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나'는 복싱에서 정글같은 인생을 본다. 그래서 시인은 "물, 물, 물 한 모금이 기도보다 간절했던/ 시합 전 체중조절의 그 목마름도 새겼으면/ 소소한 사연들이사, 아예 입을 다물어"('혼잣말')라며 이 생에 쉽게 비실대는 이들을 꾸짖는다. 시인은 관장, 시인, 선생, 사장 중에 어느 호칭이 가장 맘에 드느냐는 질문에 "관장"이라고 대답한다. "거기엔 피땀 내움 배어있어"('그런 거')라며. 문학과사람. 1만2000원.

김종호 시인은 '잃어버린 신발'을 내놓았다. 표제시 등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린 배우자에 대한 "늦어버린 사랑의 고백"으로 채운 시집이다. 시인은 "아내는 그 숲길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떠났다. 그 숲을 걸으면서 아내와의 긴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며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일 년이란 시간이 되었다. 참 긴 시간을, 제6시집을 준비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고 적었다. 푸른생각. 1만1000원.

"한라산 영실과 중산간의 황량함에 이끌려" 제주에 둥지를 튼 김문수 시인은 '믹스커피가 달달하다'란 제목의 시집을 묶었다. 13년째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시인은 "젊은이든 중년이든 노년이든 사는 게 재미가 없다면 시를 읽고 제주로 오세요"라고 했다. 새미. 1만2000원.

동시를 쓰는 원로 김영기 시인은 동시조집 '달팽이 우주통신'을 출간했다. 시조 사랑의 마음을 담아 펴낸 여덟 번째 동시조집으로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을 주 독자층으로 삼았다. 사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생태의 시, 자연 사랑을 주제로 정선지 작가의 그림을 더해 60편을 실었다. 아침마중.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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