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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월요논단] ‘이건희 컬랙션’ 기증, 박물관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5.03. 00:00:00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기관에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 환원한다는 보도가 지난 4월 28일 나간 후 미술계에서는 연일 축제 분위기다. 2만3000여 점에 달하는 기증품의 양도 그렇지만 국보와 보물 60점이 포함돼 질적으로도 전후무구한 사건으로 기록될 태세다. 기업인의 문화재 수집과 기증 소식은 2년째 황사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심신이 피폐해진 국민들에게 더 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 환원 소식은 우리나라 미술계의 미래비전과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다가온다. 문화재의 사회 환원을 결정한 삼성가 유족의 결정은 분배로 가닥을 잡았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대부분의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귀속된다. 미술품의 경우 대구(21점), 광주(30점), 전남(21점), 강원(18점)의 공립미술관을 비롯해 제주의 이중섭미술관(12점) 등 전국 각지로 분산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환원을 둘러싼 유족들의 입장은 정부나 미술계 그리고 학계의 입장과 다소 다를 수 있다. 유족들은 대기업가가 수집한 문화자산의 사회적 환원을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품 관리방안으로 전시관과 수장고 신축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증품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문체부에서는 해외 마케팅과 경매시장의 서울 유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국립근대미술관'을 목표로 잡고 단체조직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섰다. 학계에서는 이 기회에 삼성문화재단 산하의 '삼성미술관 리움'을 세계적인 기업미술관의 대열로 올려놓자는 의견도 있다.

유족과 정부 그리고 미술계와 학계에서 내놓은 기증에 따른 대책들은 저마다 일리를 지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기관이나 단체가 마땅히 추진할 기본 과업들을 해소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신축은 박물관 규모에 미뤄 지금 논의할 최선이 아니며, 국립현대미술관은 몇 해 전 청주에 수장고형 미술관을 마련해 기증품 보관 자체는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국내 미술품의 해외 마케팅과 경매시장 유치 역시 이번 컬렉션 기증에 따른 최선의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

이상의 제안들을 함께 아우르는 기본 원칙과 과정이 필요하다. 박물관 정책의 차원에서 항구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문화사적 가치를 세우기 위해 기증품은 한 자리에 모이는 방안이 기본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7년 에세이를 통해 “국내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이건희 특별관' 건립도 근대와 현대를 풍요롭게 하는 미술사 중심 박물관 정책의 맥락에서 추진돼야 한다.

작금 논의되고 있는 '국립근대미술관 설립'과 '삼성미술관 리움의 도약'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절실하다. 아울러 세금의 '미술품 물납제'도 함께 고려함으로써 이번 기증 선례가 향후 대기업 컬렉션의 사회 환원을 활성화하는 단비가 돼야 할 것이다. <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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