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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2)제2광령교~무수천변~한라대 마로길~광령천변~노로오름~천아숲길~18림반
무르익은 늦가을의 정취 마음껏 즐기다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0. 11.11. 00:00:00

노로오름에서 바라본 단풍 든 한라산 모습. 강희만기자

가을 절정에서 만난 형형색색 단풍
억새·삼나무·숲 어우러진 노로오름
평탄한 코스 속에 볼거리 풍성한 길

어려서 맛본 음식을 잊을 수 없는 것처럼, 풍경도 그런 듯 하다. 혀가 음식을 기억하듯 정서도 풍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단풍 결핍증을 앓고 있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 너머로 붉게 물든 단풍이 그리워 허전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보다 더 어릴 적, 마음만 먹으면 만추의 계절까지 단풍을 즐기는 건 일상적인 일이었다. 아직 장갑을 끼긴 이른 계절, 아침저녁 소슬바람으로 꽤나 손이 시리지만 가을 들녘을 가득 채운 색색의 풍요로움은 허전한 가슴과 고독감을 채워준다.

지난달 30일 무르익은 단풍과 함께 올해 12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날 코스는 제주시 해안동의 제2광령교에서 시작해 무수천변, 한라대학교 마로길, 광령천변, 노로오름, 천아숲길을 거쳐 18림반에서 마무리하는 코스였다.

절정을 이룬 단풍 길.

"강기자, 오늘 아주 운수 좋은 날이네." 동행한 선배들이 내게 행운이 따랐단다. 한라일보 에코투어에선 좀처럼 있을 수 없는 평탄하고 무난한 코스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글자 그대로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평탄·무난할지언정 에코투어는 에코투어이기 때문에.

차를 타고 출발지로 향하다 천아숲길 길목에 들어서자 창문 너머로 손에 잡힐 듯 우아한 단풍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10월 30일이던 이날 주변의 단풍은 절경이었다. 붉게 타오른 단풍나무가 멋진 가을을 완성하고 있었다.

출발지인 제2광령교에서 무수천변을 거쳐 걷다 마로길로 들어섰다. 마로길은 말 그대로 '마로(馬路)', 말이 다니는 길이다. 에코투어에선 대개 길이라기보단 사람이(혹은 다른 생명체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걷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곳은 무척이나 잘 정비된 길이었다. 이날 우리가 걸은 마로는 '한라대학교 에코힐링 마로 코스' 중 한 길목이었다. 이어진 마로는 꽤나 길었지만 그 기나긴 마로를 지나는 동안 말도, 말과 함께 걷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천아2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마로를 좀 더 걷다보니 한라산 둘레길이 나왔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따스한 햇볕이 스몄다. 종종 "나 관광 왔어요"가 그려진 듯한 옷을 입고 산책 중인 사람들과도 마주쳤다. 아무리 심사가 꼬인 사람이 지나가도 이곳만은 귀히 여길 것만 같은 곳이었다.

점심을 먹고 한라산 둘레길을 계속 이어 걸었다. 그러다 또다른 둘레길 진입로에서 낯선 현수막을 발견했다. '한라산 둘레길 전구간 산악오토바이·산악자전거·차량 등 전면 진입통제합니다. 적발 시 과태료 부과' 라는 문구가 써진 현수막이었다. 한라산 둘레길까지 와서, 이 흙더미에서 오토바이·자전거를 타겠냐 싶었지만, 곳곳에 깊고도 넓게 패인 오토바이의 흔적들이 산악오토바이가 달렸음을 증명했다. 흙길이라는 것이 원래도 잘 포장된 고운 도로는 아니겠지마는, 또 종종 멧돼지가 아무렇게나 파놓은 흔적과도 마주치지만, 편평한 흙길에서 마구 파헤쳐진 오토바이 자국은 옥에 티처럼 느껴졌다.

용담

덩굴용담

정금

조금 더 걷다 노로오름을 올랐다. 31개 아이스크림 중에 세가지 맛을 즐겨 먹으면서도 한 가지 맛을 고르기도 벅찬 나에게 "350개가 넘는다는 제주의 오름 중 어떤 오름이 가장 예쁘냐"고 묻는다면 노로오름을 하나로 고를 것 같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 흐드러진 억새, 파란 삼나무, 노란 단풍까지 숲을 어우르며 이 숲은 제 것이라고 으스대고 있었다.

노로오름을 내려와 천아숲길에서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 지점에 도달했다. 집에 오고 보니 종아리가 뻐근했다. 선배들의 말처럼 평탄하고 볼거리 많은 코스였지만, 에코투어는 에코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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