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가져다준 행복   ( 2022-04-26 16:52 )
  NAME : 염옥란   |   HOME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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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고 했던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느려터진데다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이었다. 그런 내가 어쩌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에서 달리기 대회에서 3등을 딱 한 번 해본 적이 있다. 네 번째로 달리던 나는 앞에 친구가 그만 넘어지는 바람에 운 좋게 등수에 들었던 것이다. 여든을 앞에 둔 나이에도 여전히 굼뜬 행동에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받기가 일쑤인 내가 일자리가 생기고부터는 늦은 아침잠에서 벗어나 근무하는 날에는 이른 새벽 벌떡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고 있다. 일자리가 나를 놀랍게 변화시켜준 셈이다. 빨리 일어나면서부터 건강도 좋아졌다. 나는 지난해 10월부터 서귀포시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인 "노인여가활동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마을 온평리 경로당 옥상에 90평 남짓한 게이트볼장 지킴이로 운동하러 오시는 어르신, 회원들을 보살핌과 환경정리정돈, 친절 봉사로 일하고 있다. 사실 일 년 전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고 게이트볼을 접하게 되어 교육을 받던 중 몸이 아파 놓아버렸다. 그러다가 일자리가 생기면서 나의 일상은 활기와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기분은 어쩌다 한 번씩 사보는 로또에 숫자가 하나씩 하나씩 맞아갈 때의 기분에 비할까. 매월 말일이 되면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되는 나의 생산력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코로나로 2년 넘게 만나지 못한 손주 녀석에게 “할머니가 번 돈이야!” 하면서 용돈을 줄 생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피어오른다. 또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취미로 하는 그림교실에서 쓰는 물감을 내 힘으로 살 수 있으니 이게 바로 보람이다. 게이트볼 교육도 다시 시작했다. 새로 운동하러 나오시는 분들께 배운 지식을 전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나 할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소망까지 생겨났다. 게이트볼 치는 어르신 회원들께 운동 후 커피나 음료수 한 잔씩을 대접할 양이면, “고마워.”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하시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 웃음 담은 감사의 말씀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음에 내가 오히려 그분들께, “ 제가 더 고맙습니다!”대답하며 행복을 느낀다. 금상첨화인 건 나의 일터가 주는 멋진 풍경이다. 5층 옥상이어서 한없이 높푸른 하늘,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뺨을 어루만지고 가는 청순한 바람결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멋진 풍경에 경배! 노후에 나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꿈과 행복을 함께 선사해준 보석이다. <염옥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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