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1차산업에 대한 인식 아쉽다

[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1차산업에 대한 인식 아쉽다
  • 입력 : 2022. 10.24(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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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의 제주 1차산업 비중 축소 관련 발언이 논란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달 중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의 1차산업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고, 오 지사의 발언에 김경학 도의회 의장은 "현실적이고 용기있는 발언이다. 친환경농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희망고문"이라고 이어받았다.

이 발언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이 반발하자 며칠 뒤 비공개 면담에서 각각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제주농업에 대한 기본 인식을 보여준 발언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기준(잠정) 제주지역 지역총생산(GRDP)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0%로, 전국(1.9%)보다 높다. 2차 산업 비중은 14.1%로 전국(34.9%)의 40% 수준이다. 3차 산업 비중은 전국(63.2%)보다 높은 74.9%다. 관광산업 비중이 높다 보니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제주 방문 관광객이 감소해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때 그나마 지역경제를 지탱한 건 바로 1차산업이다.

특히 농업·농촌은 시장 개장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른 분야다. 최근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상황을 맞으며 도정에서 농업·농촌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게 더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할 마당에 나온 발언이라 농업계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더 컸다.

일련의 논란을 마주하며 최근 취재한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현장을 떠올렸다. 특히 중소농·여성농들이 계속 농사짓고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정의 지원 의지가 다가왔다. 대농 관련 정책 부서와는 다른 전담부서를 두고 운영되는 로컬푸드 활성화도 그 중 하나다.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900여가지의 농산물과 500여가지의 농산물 가공품은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연중 로컬푸드 직매장에 다양한 농산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완주군은 330㎡의 소규모 시설하우스 지원과 농가조직화를 통한 기획생산 기반을 갖추고,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3500여회의 농가·마을회 대상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완주군은 농산물 가공산업 육성을 위해 2곳의 가공시설을 직영하면서 농식품 가공 창업 아카데미 교육과 농가를 대신해 가공 관련 인허가 절차도 맡아 처리해 준다. "그동안 소농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지원사업들이 있긴 했나?"는 가공센터 공무원의 얘기는 대농 중심의 지원 일색인 현실을 꼬집고 있었다.

민선 8기 제주도정 공약집에서 농업 분야를 들춰봤다. 도내 농산물 연중생산체계 등을 통한 다품목 체계 구축, 품목별 계획생산 기반 위에 수요 예측을 통한 신선 농산물 생산·유통과정 잉여 농산물 가공처리 등 이전 도정에서 내세웠던 정책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그만큼 제주농업이 처한 여건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일 수 있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농가 외에 중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이들도 계속 농사짓고 싶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 <문미숙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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