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3)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동일리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3)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동일리
얕은 토양층·곶자왈·숨골 분포… 지하수 오염 취약
  • 입력 : 2022. 06.21(화) 00:00
  • 고대로·이태윤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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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축산 분뇨 등으로 지표수 오염 가능성 고조
서림수원지 10년째 폐쇄… 수질 여전히 기준 ‘초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와 동일리는 해안지역에서부터 중산간 까지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두 마을은 대정읍 지역에서 축산농가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마을이기도 한데, 올해 5월 기준 대정읍 소재 전체 75농가(돼지 34농가· 가금 2농가· 한우 39농가) 중 절반에 달하는 36농가(돼지 23농가· 한우 13농가)가 일과리와 동일리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의 사육 규모는 돼지 4만4000마리, 한우 630여 마리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축산·양돈시설에서 나오는 악취는 인근 마을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 시설에 나온 분뇨는 지하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양돈장 인근 연못.

▶악취 진동 저수지

숨골 탐사 취재팀은 최근 일과리와 동일리 지역을 찾아 양돈장이 밀집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숨골 조사에 나섰다.

동일리의 한 농로에 조성된 연못에서는 양돈 분뇨에서 나올 법한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양돈장 2곳이 접해 있는 연못에는 녹조류가 번식해 있고 물은 오랜시간 고여 있던 터라 검붉은 색이 었다.

토지이용 계획을 열람한 결과 해당 연못은 모두 지하수자원특별관리 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집중호우시 연못에 있는 물들은 주변 숨골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서림수원지.

지난달 이곳에 있는 한 양돈분뇨처리시설에서 분뇨가 불법 배출되기도 했다. 불법 배출된 분뇨는 하천을 따라 수시간 동안 바다로 유입됐다.

이곳 해녀들은 마을 바다의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는 이유를 불법 배출되고 있는 양돈 분뇨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0년 집중호우시 주변지역 침수피해 예방 차 조성된 동일리 우수저류지 안에서는 소들이 목축되고 있었고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과 조류의 사체 등이 저수지 인근에 널부러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아무리 큰 비가 내려도 한시간 정도가 지나면 저류지에 고인물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다.

탐사에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일과리와 동일리 지역은 고도가 낮고 해안선과 인접해 있는 등 지하수위가 얕기 때문에 오염에 취약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화 처리 시설을 거쳤더라도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이 한곳에 고여 있다면 결국 토양으로 흡수된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정읍 동일리 우수저류지.

▶지하수 오염 취약

일과리와 동일리 지역의 지질구조는 빌레용암류 분포지대로 비교적 얕은 토양 지층을 가지고 있고, 다량의 숨골과 곶자왈이 분포해 있어 투수성이 매우 높은 지질구조가 넓게 형성돼 있다. 또 고도가 낮고 해안지역에 분포해 있어 지하수 수위 역시 얕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에 취약하다.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것은 일과리에 소재한 10년째 폐쇄된 서림수원지로 예를 들 수 있다. 과거 서림수원지는 대정·안덕지역의 식수원이었다. 하지만 2011년 실시된 수질 검사에서 질산성 질소와 탁도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며 수질 기준에 부적합 판정이 나면서 2012년 8월부터 취수가 중단됐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전면 폐쇄된 상태다.

불법 배출하다가 적발된 양돈분뇨.

특히 질산성 질소는 축산 양돈농가 지역에 발생하는 주 오염물질로 꼽히는데, 이는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지하수 오염물질로도 분류된다. 수질에서 질산성 질소가 과다 검출됐다면 근처의 축산·양돈 분뇨와 산업 하수 등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일과리 지역 상류에는 1992년 6월 대정읍 지역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11만5000㎡ 면적에 대정농공단지가 조성됐다. 이곳에는 정수장·폐수처리장과 같은 공동 이용시설과 각종 산업체 건축물, 기타 부대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1일 지하수 개발 이용량도 1500여t에 이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서림수원지는 상류인 동일리와 일과리 지역에 대거 밀집한 양돈장들의 분뇨기 오염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하천으로 유입된 불법 배출 분뇨를 차량을 통해 수거하는 모습.

일과리 인근 해안은 비가 오는 날이면 해수와 지하수가 역류하면서 흙탕물로 범벅되는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과리 지역의 해안은 구조적으로 오염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림수원지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림수원지 인근에 양돈장이 들어섰지만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주변의 건축행위가 불가능해지면서 비위생적인 돈사를 현대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에 실시한 수질검사에서도 질산성 질소가 과다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서림수원지를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농어촌 공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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