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Pet] 숨 가쁘고, 식사 거른다면…

[Hi Pet] 숨 가쁘고, 식사 거른다면…
바베시아 감염증
  • 입력 : 2022. 06.03(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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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에 기생해 반려견에 침입
적기 지나 내원하면 치료 어려워

봄이 언제 왔나 싶더니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낮 시간도 완연히 길어지고 휴일에 날이 좋은 날은 마냥 밖으로 나가고 싶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다 뭐다로 너무 갇힌듯했기 때문이다.

휴일에 근처 오름에 가면 많은 도민들과 관광객들이 붐빈다. 거기에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오름에서는 열심히 올라가는 강아지도 보인다.

다른 분들은 그저 귀여운 강아지에 '어머! 귀여워~' '이쁘다~' '강아지가 잘도 오르네~'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필자는 그런 강아지를 보면 드는 생각이 '그냥 안고 가야 좋을텐데?'이다.

물론 요즘은 정말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심장사상충에 대한 경각심으로 주기적으로 기생충약을 먹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진드기에 의해 옮겨지는 바베시아의 위험성까지 알고 있을까? 더군다나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바베시아는 낯설기까지 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흔한 원충성 질병 중 하나로 풀밭이나 잔디에서 뛰놀았던 반려견이 기력이 점차 없어지고 좋아하던 간식까지 마다한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 한 질병이다.

그렇다면 바베시아 감염증에서 반려견이 점차 기력이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베시아라는 원충은 진드기에 기생한다. 이 바베시아의 원충에 감염된 진드기가 강아지를 물었을 때 바베시아는 혈액을 타고 반려견의 몸 안으로 들어와서 적혈구 내부로 침입해 그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피가 빨간색을 띄는 게 적혈구 때문이란 것 뿐이다. 이것을 현미경으로 봤을 때 백혈구보다 더 작은 것이 적혈구이고 그 적혈구 안에 그저 점을 찍어 놓은 듯한, 처음 보는 사람은 구별조차 힘든 무언가가 보인다. 그 점처럼 보이는 녀석을 더욱 확대하면 심지어 막까지 가지고 있다. 공포 안에 컴마처럼 보이는 것이 바베시아이다. 적혈구 내에 단순하게 점만 찍힌 것은 바베시아가 아닐 수도 있다.

자세히 보아야 바베시아의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바베시아가 적혈구까지 들어가서 적혈구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많은 적혈구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려면 최소 일주일에서 약 한 달간의 기간이 필요하다. 반려견의 몸에서도 나름 열심히 바베시아를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컨디션이 늘 좋을 순 없을 게 아닌가… 바베시아는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를 놓치지 않는다. 면역의 방어벽이 느슨한 틈을 타서 활발한 증식을 시작하고 적혈구의 1/3에 그 터전을 마련했을 때. 그때야 보호자는 '우리 강아지가 왜 이러지? 밥도 안먹고?'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가면 좋겠지만 바쁜 우리는 3~4일이 더 지난 뒤에야 병원으로 데리고 가게 될 것이다.

일단 병원에 가면 바베시아는 비교적 쉽게 진단이 되는 편이다. 간단한 cbc검사와 도말검사 및 키트검사로 심지어 진단되는 시간도 짧다.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데 까지 지체되는 시간만 짧다면 치료는 다소 길고 신경쓰이지만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문제는 잇몸까지 창백해지고 혈뇨를 확인하고서야 병원에 가게될 때이다. 이때는 각 장기로 산소를 공급해주고 에너지를 운반해주는 적혈구가 없으니 강아지는 많이 헐떡거리고 호흡이 가쁘다. 왜냐하면 운반책인 적혈구가 많이 없으니 적은 수의 적혈구로 산소운반을 하려면 많은 호흡을 해야만 하는 건 당연한 원리이다.

이런 반려견들 중에는 수혈이 시급한 강아지도 있다. 심지어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바베시아 치료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수혈된 적혈구에도 바베시아는 여지없이 감염이 되게 되기 때문이다. 치료가 길기 때문에 치료 중 보호자의 임의적 판단으로 강아지 상태가 좋아진 듯 해서 또는 챙길 시간이 되지 않아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되면 치료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필자는 바베시아로 진단이 되는 경우 아예 처음부터 평생 약을 먹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보호자의 마음부터 무장시켜야 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속적인 관리는 사실상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다. 그러니 예방이 최선이다.

봄철에는 간혹 나가는 산책에도 진드기 감염은 일어날 수 있으니 단순한 내부기생충약뿐만 아니라 외부기생충에 대한 예방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약을 먹이거나 발라주기를 당부한다.

<고형주 사랑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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