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진 제주사람] (3) 김봉건 연극 연출가

[요망진 제주사람] (3) 김봉건 연극 연출가
연극계가 주목하는 젊은이, 4·3을 무대에
  • 입력 : 2019. 06.24(월)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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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하게 된 연기로 시작된 '연극 인생'
뮤지컬 '천상시계'로 연출 데뷔
30대 초반에 '여도' 등 대표작 여럿
4·3 알리기 위한 작품도 이어가
응원해주는 가족·동료 큰 힘


최근 제주4·3을 소재로 한 연극 '잃어버린 마을'을 무대에 올린 제주 출신 김봉건 연극 연출가(32·사진). 30대의 젊은 나이에 연극계에서 활약하며 주목받고 있는 제주인이다.

그가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한 이 작품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국내 최정상급 작품들이 선보이는 예술의 전당에서 명품 추리 사극 '여도'를 선보이며 완성된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이번 연극으로 연출가로서 대중에게 더 다가섰다.

그는 제주시 도남동 출신으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를 졸업, 고려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 석사, 단국대학교에서 문화예술학 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고려대에서 문예창작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우연히 연기자로 캐스팅되면서 연극 인생에 발을 디뎠다.

"제주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했고, 남녕고등학교를 다니다 인하대학교부속고등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중 연기자로 캐스팅됐는데,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어서 국립전통예술학교(전 서울국악예고)에 진학했습니다. 연극·뮤지컬이 전공인 음악연극과에서 공부했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0대 초반에 벌써 여러 작품을 선보인 그의 이력에 놀란다. 2008년 울산문예회관 초청 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천상시계'의 연출로 데뷔했을 때는 21세에 불과했다. 뮤지컬 '사운드리스'(2010), 연극 '거울 뒤 여자'(2012), '순이삼촌'(2013), '여도'(2018) 등이 그가 연출한 대표작이다.

제주출신으로서 4·3을 알려야 한다는 소명 의식 속에 4·3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연극을 본 관객들이 4·3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잊지 않겠다고 얘기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대학원 석사 논문을 '장일홍의 제주4·3사건 희곡 연구'를 쓰다보니 더욱 4·3 사건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제 역량이 부족해 앞으로 또 새로운 작품을 다루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문화예술계 종사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천만 4·3영화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최근 작품 '잃어버린 마을'은 당초 지난해 4·3 70주년에 맞춰 연극 '순이삼촌' 앵콜 공연을 고민하다가 희극적인 요소가 강한 4·3사건 소재 연극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획했다. "4·3사건을 다루면서도 재밌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재밌는 장면들이 진행되다가 갑작스럽게 4·3사건이 다가올 때, 더욱 크고 충격적이게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연극연출가의 삶은 여느 예술가처럼 녹록지만은 않다. 그는 현재 IT관련 작은 회사도 공동 운영하면서 연출을 하고 있다. 힘들 때마다 응원해주는 가족과 동료들은 연출가의 길을 걷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그는 이번 연극으로 독립영화를 준비하고 있고 가까운 시일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잃어버린 마을' 앵콜공연도 기획 중이다.

"운이 좋게 어린 나이에 연출을 시작하게 됐는데 아직 자리매김하지 못해 노력 중입니다. 제주에서 수많은 선후배 연극인들이 작품을 올리시는데, 서울에서 후배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구나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겠습니다." 서울=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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