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0)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90)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거대한 바람개비와 바다가 만나는 세계자연유산마을
  • 입력 : 2016. 06.14(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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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마을 전경(위)과 멀리 중산간 오름들이 보이는 마을 남쪽 모래 성분이 많은 농경지 모습(아래).

국내 첫 풍력발전단지·신재생에너지관 등 조성
"세대 이어 바다 일굴 해녀 양성위해 노후 대책을"
해안도로 개설로 파괴된 안소 등 복원 소득 기대



바람의 섬 제주를 대표하는 보롬코지다. 행원리 바람의 생산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자리를 잡은 국내 최초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마을. 거대한 바람개비가 바닷가와 함께 독특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마을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시설과 기관이 들어와 있는 경우도 흔치 않다. 신재생에너지홍보관과 스마트그리드홍보관, 구좌농공단지, 동양최대의 최첨단 육상양식단지가 마을의 힘을 느끼게 한다. 마을공동체와 어떠한 연계를 이루고 주민들과 협력체계는 지속적인 과제라 하더라도 존재감 자체로 마을 주민들의 자긍심이 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지구마을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다. 해안구조가 독특하다. 특히 용암이 흐르면서 용암 내부에 있던 가스가 분출함으로써 상부가 갈라져 만들어진 프레셔릿지가 발달되어 있다. 이러한 용암의 흐르던 시기에 바다와 만나면서 생성시킨 오묘한 해안구조가 행원리 사람들의 옛 터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줄기다. 바닷물이 냇가처럼 육상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지형적 여건 때문에 풍랑이 심하거나 태풍이 불 때에는 옆 마을 목선들도 이 곳 행원리로 피항해 왔다고 한다. 용돌이소에서 조랑개, 한개, 밧소, 안소로 이어지는 곳에 작은 어선들이 빼곡하게 차있는 모습을 연상하면 인위적 항만시설이 아니라 자연 여건 그대로 포구의 모습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행원리 포구의 역사성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어 제주로 귀양 올 때 광해임금이 첫 발을 내디딘 곳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스토리텔링 관광자원으로 끌어내려는 작업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연대봉에 올라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포근하면서도 정감이 넘친다. 바다와 소박하게 만나서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늑함이 있다. 바람의 마을이라는 외형적 이미지와는 또 다른 전통적 가치가 연대봉 남쪽지역 농업경관과 함께 느껴진다.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조개와 장어가 잡혔다며 복원 후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안소.

한군섭(84) 전 노인회장은 "약 600년 전에 김해 김씨가 서쪽 지역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풍부하게 솟아나는 용천수를 기반으로 마을이 번창을 거듭했습니다. 몰랭이물, 고망물, 꾸렁물, 대물통, 버벵이물, 둠뱅이물, 사농물, 지서물 등 솟아나는 물이 많지요. 예부터 우리 마을 주민들의 품성은 온순하고 부지런하여 다른 사람들과 다투는 것을 싫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한 성품이 후손들에게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결과가 되었는데, 옆 마을 바닷가에 시체가 오르면 그 마을 사람들이 치워야 하지만 경계가 불분명하면 '행원리 바닷가이니 행원리에서 치우라'고 하면 싸우기 싫어서 치웠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계속되면서 바다 경계가 지속적으로 넓어진 결과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바다가 어촌계를 중심으로 주민들을 풍요롭게 만드는 터전이 되었지요" 라며 마을의 역사를 설명했다. 지질학적으로 사구가 있는 지역은 토양에 모래성분이 너무 많다. 거름을 투입하지 않으면 농업 소출이 증대될 수 없는 밭. 그래서 '새벽에 바닷가에서 둠북 한 짐 지고 오지 않으면 아침을 굶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주민들의 혹독한 근면성이 없었다면 살아갈 수 없었다고 한다.

안재완 이장

안재완(51) 이장이 밝히는 숙원 사업과 당면과제는 이렇다.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 멀리 내다보고 이룩하신 업적들을 이어 받아 저희들 또한 오직 다음 세대가 어떤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 노령화에 따르는 어르신들 복지문제입니다. 행정지원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세계자연유산마을이라는 타이틀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지질자원을 가지고 관광자원화 하여 거기에서 발생되는 수익으로 선진국에 부럽지 않은 주민복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막나간코지에서부터 안소까지 옛 모습을 복원하여 독특한 해안구조를 자원화 하는 것입니다." 해안도로 개설 등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소중한 지질자원이 파괴된 것을 복원하여 바닷물이 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와 조개류 등 생태계를 유지시켜 나가는 지 보여주는 환경관광 방향으로 마을 발전의 중심 비전을 잡겠다는 포부였다. 후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두 세대 전까지만 해도 엄존했던 모습을 복원하는 일이라는 것. 새로운 시설을 탐하는 것보다 원형을 보전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 관심을 가지고 나서준다면 자연유산지구마을 다운 사업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주의 돌과 바람을 건축미로 승화시킨 신재생에너지 홍보관.

마을 원로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언하는 안소의 옛 모습은 조개와 민물장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강동복(57) 어촌계장의 주장은 "바다에서 안소까지 복원은 어민소득 증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관광어촌의 모든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였다. 특히 해녀들의 노령화로 어촌계수익이 관광과 연계되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현실화 시키고 싶은 것이리라. 이성여(55) 잠수회장은 "해녀 숫자가 줄어서 앞날이 걱정입니다. 우리 마을에 시집오는 여성들에게 권해서 해녀가 되도록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서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해녀가 있을 지. 노후 대책이 충분한 직업이 되도록 무슨 장치라도 마련해야 합니다"고 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바다를 책임질 후세가 없어져간다는 것은 큰 두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

해안도로 양어장 아래 지형을 활용해 독특한 해변 공원을 조성했다.

마을 분위기가 미래지향적이다. 주로 나오는 이야기가 앞날에 대한 설계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그만큼 진취적인 자세로 오늘을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행원리는 외형적 모습 못지않게 내면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었다. 유산지구 마을이 가진 성격을 이해하면서 주민의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주민의식의 변화를 발전적으로 지원할 책임은 행정에 있다.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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