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76)제주시 한경면 한원리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76)제주시 한경면 한원리
전통적 농업경관·제주의 옛 모습 가장 많이 간직한 마을
  • 입력 : 2016. 02.16(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마을회관 옥상에서 마을 안길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위), 소공원과 고즈넉한 농업경관(아래)


마을이름 두모리서 두모2구→ 1953년 한원리로
한원리 입구서 용금로에 이르는 향나무 거리 일품
'서리논문화센터조성사업' 2019년 완공 목표 추진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 통해 소질개발 증대 등




제주의 옛 모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전통적 농업경관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농로를 따라 꼬박 한 나절을 걸었다. 꼬불꼬불 고즈넉한 길은 한가로움의 절정이다. 집과 밭들이 짜임을 이루는 구성방식에서 '사람은 원래 이렇게 사는 것이야!'라는 되새김이 마음속에서 자꾸 일이난다. 군데군데 팽나무들이 정겹다. 암반 지대를 피해서 밭을 일구다보니 마을 전체가 조경이 된 느낌이다. 높고 낮음이 비교적 덜한 평탄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음악으로 치면 첼로 연주 같이 굵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곡과 같다. 변화가 미세하여 그 감성을 표현하기 힘든 느린 악보를 한원리의 자연이라 부르고 싶다.

마을 중심 도로에 향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향나무 마을.

마을이 생성된 이래 두모리에 속해 오다가 1915년 두모2구로 일컬어졌고, 1953년 행정구역 변경으로 '한원리(漢原里)'라고 이름 지었다. 설촌의 역사가 이토록 분명하게 전해지는 마을을 만나기 힘들 것이다. 박부만(85) 어르신이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1884년 부유억이라는 젊은 청년이 경작지를 개척하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집을 지어서 살기 시작하자 뒤이어 1847년 김씨, 이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하였다. 다시 두 해 뒤에 고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인근 마을 사람들이 '서리논'이라고 마을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서리논이라는 뜻은 '서쪽에 논 밭이 있다' 하여. 132년 사이에 이렇게 많은 농경지를 개척하고, 농로를 만들어 정주 여건을 구축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연구가 필요가 있는 마을이다. 봉천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힘들게 이룩한 마을 개척의 역사는 제주의 마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새롭게 뻗어나가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마을 전체를 제주인의 개척정신을 입증해줄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설촌 세대가 대부분 고조부이기 때문이다. 서리논물을 둘로 나눠서 구진물에서는 우마 급수장으로, 먹는물 음용수로 사용하며 이룩한 마을의 역사는 불굴의 의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염소를 키워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숭물왓 수덕 지역.

한원리에서 북쪽 신창리에 위치한 한경면사무소까지 거리는 대략 2.31km. 주민 수는 328명, 마을 면적은 205ha로 그 중 과수원을 포함한 밭이 183ha.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주요 농작물은 감귤류를 비롯하여 마을, 양파, 브로콜리 등이 재배된다. 향나무거리가 일품이다. 한원리 입구에서부터 신한로를 따라 한원리사거리와 마을회관을 거쳐 용금로(조수리 방향)로 향하는 마을 안길에 다수의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어 세월이 지날수록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출신 출향인사의 기증으로 청년회원들을 중심으로 1981년 심고 꾸준하게 관리해오고 있다. 빨리 자라는 가로수였으면 35년 정도 키웠을 때 어느 정도 심은 사람들이 성취감을 맛봤을 것이다. 지금 노인회원들이 청년회원 시절에 심은 나무다. 증손자들 정도가 향나무 가로수의 진가를 통하여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확신. 마을의 역사는 짧지만 참으로 멀리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다.

고광호 이장

고광호(56) 이장이 밝히는 마을의 당면과제는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인 우리 마을이 지역 향토문화를 가지고 농촌경관과 융합된 고부가가치 마을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활동 공간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 동안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하여 주민들의 의견 제시와 토론들을 통하여 비전체계와 전략과제들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현실적 공통분모를 '자연·문화·사람 향기 그윽한 마을'로 설정하고 나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 향기 그윽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문화복지시설 확충을 통하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그러한 성과가 모여서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게 된다는 목적의식이 있었다. 김동헌(65) 개발위원이 꿈꾸는 한원리의 미래는 마을 전체를 사계절 꽃피는 마을로 바꾸는 것이었다. 마을관광자원화를 위한 비전이면서 농외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아름다운 농로가 펼쳐진 지역여건을 살려서 꽃 향기가 사시사철 그윽한 마을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의지. 농업경관을 유지하겠다는 주민 결의를 조건으로 강력한 행정지원이 이뤄진다면 전국적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외부적 평가는 놀랍도록 점수가 높다. 이유는 높은 주민 참여율이다. 주민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색깔 있는 마을로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를 복지 공동체 구현을 통하여 흡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관광산업과 연계 한다면 외부 자본에 의한 개발이 아니라 농민들 스스로 이룩하는 내생적 개발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었다. 마을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서리논문화센터조성사업'을 2019년 완공 목표로 추진하고 있었다. 농민들의 여가 생활을 다양한 문화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자기 소질을 증대시켜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문화를 표현하는 주제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농업경관이 일품인 고요한 마을 한원리의 해 질 무렵.

최문경(80) 노인회장님의 일관된 꿈은 숭물왓 수덕이 잡목과 덤불로 우거진 암반 언덕이지만 염소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니 마을공동체에서 나서서 염소를 키우는 것이었다. 노인회에서라도 나서서 앞장설 것이니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저 귀한 땅을 활용하자는 주장이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노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부지런 함. 저 정신이 흐르는 한원리의 마음을 느낀다. 필자는 확신했다. 10년 이내에 한원리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축제가 있을 것이다. 서리논문화센터에서 연습한 주민들의 공연을 감상하게 된다. 사람의 향기는 문화의 향기니까.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06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