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48) 서귀포시 법환동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48) 서귀포시 법환동
바다의 울림을 담아내는 ‘범섬’이 아름다운 ‘해녀마을’
  • 입력 : 2015. 07.14(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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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을 배경으로 너울파도가 가장 아름다운 해변(위)과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 전경(아래).

법환포구 목호 정벌위해 최영장군이 군영 설치한 곳
해산물 풍부해 대대로 물질 활발… 현재 해녀 75명
지난 5월 해녀학교 개설해 ‘해녀문화 지킴이’ 역할
주민 감소 마을 위기… 마을회 중심 관광자원 발굴



너울파도가 아름다운 마을이다. 멀리 태평양에서 큰 바람이 일면 그 파장을 읽어 동심원을 그리며 달려온 너울이다. 바람 부는 날 앞바르와 오다리 부근 갯바위에서 수평선에 소실점을 찍으면 너울파도를 타고 범섬이 마치 큰 배처럼 출렁인다. 범섬이 있어 법환리는 오묘한 공간적 유대감이 일어난다. 보름달이라도 휘영청 밝으면 절묘한 바다의 울림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한 범섬. 제주특별자치도지정문화재 기념물 제46호 '범섬 상록활엽수림 및 흑비둘기 번식지'로 지정된 곳이다.

목호들이 최영장군의 군대에 쫓겨서 사생결단을 낼 장소로 범섬을 선택한 것은 절벽이 마치 철옹성처럼 오르기 힘들 것이라 여겼을 법 하다. 법환포구에 남아있는 '막숙'이라는 지명은 최영의 군대가 천막을 치고 군영을 형성했던 곳. 그 치열했던 싸움을 법환리는 지명으로 기록해두고 있는 것이다. 목호의 난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학자들의 몫이라 치더라도 최영이라고 하는 맹장이 법환리 지경에서 범섬에 있던 목호들과 싸웠던 사실은 이 마을을 더욱 유서 깊게 한다. 세추맥이, 빽빽동산, 써을, 고래왓, 두루머니물, 너벅빌레, 망다리, 칭계왓, 도리술, 왕개니안통, 공물깍먼여 등 제주어 감각을 통하지 아니하고선 뉘앙스도 전달되지 않는 마을 지명들. 소리 내어 부르노라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룩한 반농반어촌의 참 맛을 맞이하게 된다.

큰 마을이었다. 불과 110년 전에 인구 상황을 조사한 삼군호구가간총책이라는 자료를 보면 317호에 1332명이 살았다고 한다. 마을 면적으로 볼 때 밀집된 형태의 취락이 형성된 곳이었다는 것. 지금은 1066세대 2430명.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서귀포시 중심가를 옆에 두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해서 발전이 더딘 모습이다.

현민철(57) 마을회장이 밝히는 숙원사업들을 듣노라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8년 전에 도시계획도로가 그어졌지만 대부분 그대로입니다. 재산권을 행사 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놓고 예산타령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마을 발전이 요원한 상태지요. 해안도로 사업도 전 도정에서 추진하다가 지금 도정이 들어서면서 예산관계로 멈춰선 현실입니다." 서귀포시 인근이라 초등학생수가 많을 것 같았지만 300명이 넘던 학생수가 81명. 젊은이들이 많이 떠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 상황에 맞게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토지 용도가 바뀌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가지 행정적 판단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주민들의 암담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환마을 안에 웅장한 시설들이 있으면 뭐하나? 주민들 스스로가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껴져야 하는 것을.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좀녀마을임을 상징하는 해녀상.

해산물이 풍성해서 대대로 해녀들이 많았다. 지금도 바다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분들이 75명이나 된다고 한다. 2006년 문화관광부에서 좀녀마을로 지정하였다. 올해 5월 해녀학교를 개설하여 해녀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21명의 해녀교사와 수강생 28명. 놀라운 도전이다. 해녀는 어린시절부터 바다와 접해서 자라난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고정관념. 그 것을 깨고자 나선 것이다. 법환마을 해녀학교가 열악한 예산 속에서도 서귀포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후원을 하는 것은 해녀 수 감소가 제주 미래에 어떤 상황을 몰고 올 것인지 느끼고 있기 때문. 해녀가 하나의 자긍심이요 자격증에 가까운 권위를 가질 수 있기 위한 첫발을 내디딘 곳이 법환어촌계다. 세계무대에서 제주인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대표적인 해녀문화를 실천적으로 계승발전 시키고자 동분서주 하는 모습에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마을회 차원에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문화관광부가 좀녀마을로 거창하게 지정만 해놓고 사업 하나 완료하고 종료.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내놓거나 그에 준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에서 세계문화유산의 시각으로 중앙정부와 이 해녀학교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올레7코스의 평화로운 바닷가 풍경.

청소년문화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철(55) 관장은 "특별자치도 시행 이후 두 개의 동에 살고 있습니다. 대륜동과 법환동. 타인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고, 마을 사업을 하는 데 애로사항들 많습니다. 대륜동 동민이라는 생각은 선거철에나 필요 할 뿐." 상급기관 하나를 더 두게 된 느낌을 받거나 서귀포시와 바로 협의해야 할 사안도 대륜동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은 아닐까. 조상 대대로 내려온 마을공동체의 입장에서 갑자기 강등되어 다른 마을에 편입된 느낌을 받지 않을 장치가 필요한 대목이었다. 행정편의주의가 효율성만 강조하기에 앞서 정서적 고려도 필요하므로.

최영 장군이 범섬에 있는 목호를 공격할 준비를 하던 포구.

강창희(52) 마을회 부회장의 마을 발전 방향은 "아이를 많이 낳고 싶은 엄마들이 몰려드는 마을이면 모든 현실이 충족될 것입니다." 학생 수 감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엄마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법환동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들려주면서. 주거 공간 확보에 필요한 토지용도 변경이 그 첫째 관문. 한원효(77) 노인회장이 107세가 되는 해에 법환마을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마을에서 설립한 복지장학재단을 통하여 어려운 집 아이들 공부시키는 일과 노인복지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가장 행복한 마을로 발전해 있겠지요."

농민과 어민이 7:3 비율이라는 법환마을. 마을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여건을 기반으로 한 관광자원 발굴에 땀 흘리고 있었다. 환경적 요인을 브랜드가치로 한 FTA(자유무역협정) 무풍지대를 꿈꾸며.

<공공미술가> <인터뷰 음성파일은 ihalla.com에서 청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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