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그림자의 호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때론 존경으로까지 이어진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꽤 많은 이들이 사랑보다 존경을 상대에 대한 감정의 확신이라고 얘기해줬다. 애…

[영화觀] 기운 센 첫사랑

지난 연말연초를 따뜻하게 데워준, 핫쵸코 같던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종영했다. 전교 1등과 전교 꼴찌의 다큐멘터리가 역주행하면서 다시 사랑의 한복판으로 소환된 두 주인공 최웅과 국연수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영화觀]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월 12일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 두 편이 같은 날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글래디에이터', '델마와 루이스',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의 '하우스 오브 구찌'와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

[영화觀] 안다고 말하지 마라

영화 '피아노', '여인의 초상' 등을 만들었던 여성 감독 제인 캠피온의 신작 '파워 오브 도그'가 최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극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제인 캠피온이 전작인 '브라이트닝 스타'…

[영화觀] 서두르지 않아도

새해가 왔다, 또 다시. 연말의 여흥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 위에 설렘과 부담감이 샌드위치 속 재료처럼 얹혀지는 연초는 여러모로 두근거리는 시기다. 의도하지 않게 프리랜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는 월요병의 염증도 없…

[영화觀] 흉터와 무늬

우리는 매일 새로운 상처를 받는다. 의도와는 무관한 타인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저질러버린 스스로의 실수에, 내심 기대했던 행운이 도착하지 않는 실망의 순간에 서럽고 한심하며 낙담한 마음으로 무너져 한 발자국도 움직…

[영화觀] 당신의 얼굴

누군가의 얼굴을 가장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극장의 스크린일 것이다. 거대한 창의 밖에서, 관객의 안으로 천천히 또는 갑자기 들어오는 낯선 손님,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다가오는 배우의 얼굴…

[영화觀] 지금이 아니면

어느덧 2021년 12월도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해에 이어 코로나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극장가는 올해도 적말할 정도로 한산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모가디슈'가 360만의 관객을 모으며 선방했지만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다…

[영화觀] 어떤 이의 꿈

처음으로 영화라는 매체에 설렜던 기억은 유년 시절 접한 다채롭고 알록달록한 만화 영화들에서 시작됐지만 처음으로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매혹되었던 것은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아마도 살면서 가장 많이 영화를 보러 …

[영화觀] 로맨스가 필요해

로맨스는 가장 일상과 가까운 장르다. 어쩌면 오늘 내게도,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익숙한 사건들로 만들어진 장르인 로맨스. 일상성을 기반으로 하는 로맨스 장르의 자장 안에는 흥미롭게도 신파도 코미디도 심…

[영화觀] 사랑의 응답

지난 11월 17일 개봉한 변규리 감독의 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자녀들을 둔 어머니들인 비비안과 나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와 같은 영화에 대한 짧은 설명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먹먹해지는 무거움이 느껴진다…

[영화觀] 불편한 재미

전통적으로 매년 11월은 영화관의 비수기다. 명절을 낀 연휴가 없고 대작들이 개봉하는 시즌이 아닌 11월의 극장가는 늘 한산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지 오래다. 천만…

[영화觀] 끼니를 위하여

휴가라는 이음절의 단어는 강력하다.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리고 계획을 세우는 모든 순간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지금 나의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는 시간, 처리해야 할 일들과 지켜야 할 약속들을 유예할 수 …

[영화觀] 순간을 믿어요

언젠가 먼지 쌓인 앨범을 뒤적이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보게 됐다. 나는 지금의 나와 닮은 꼬마였고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엄마에 기대어 서있거나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 곁에 있거나 그를 바라…

[영화觀] 뷰티풀 히어로

,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드니 뵐뇌브 감독의 이 드디어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프랭크 허버트의 방대한 원작을 각색한 드니 뵐뇌브의 영화 은 그야말로 대하SF의 서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