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사랑의 유통기한

[한라일보] 엄마는 나를 검색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엄마의 핸드폰으로 가야 할 식당을 찾다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제일 위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흔이 넘어 홀로 떨어져 사는 아들이 뭘 하고 지내는지, 회사에 소속…

[영화觀] 네가 누워있을 때

[한라일보] 잠만 잘 자도 살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꽤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의 밤에는 잠들어 있어야 할 근심들이 무성하게 피어나고 후회할 일들로 시간을 죽이며 썩 유쾌하지 못한 새벽을 보내게 된다. 카페인 때문…

[영화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라일보] 하루가 너무 느리거나 또는 정신없이 빠르다고 느낄 때가 많다. 실상 주어지는 시간은 매일 똑같은데 말이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남들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내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

[영화觀] 이 연주의 끝에서

[한라일보] 모든 일에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면 할수록 더더욱.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느낄 때마다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서 필요한 유일한 것이 노력이란 것을 깨우친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재능이 …

[영화觀] 우리들은 어디에서 볼 것인가

[한라일보] 지난 10월 강원도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 강제 철거되었다. 1963년 세상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환갑을 맞은 극장에게 잔치를 열어 주기는커녕 원주시는 강제, 무력 철거를 통해 역사를 무너뜨렸다. 결코 짧지 않은 생을 …

[영화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한라일보] 언제나 세월은 그렇게 잦은 잊음을 만들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다. 너의 이름과 너의 목소리, 너와 내가 나눈 이야기들과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 나눌 수 없이 온전히 하나였던 시간들과 다시는 돌아오지 않…

[영화觀] 여기보다 어딘가로

[한라일보] 최근 개봉한 두 편의 한국 영화 '화란'과 '믿을 수 있는 사람'에는 발 붙이고 있는 지금을 견디기 어려운 이들이 등장한다. 살아가고는 있지만 의지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이들은 어딘가와 누군가를 끊임없이 욕망하고 …

[영화觀] 마지막처럼

[한라일보] 단편 '몸값'과 장편 '콜'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신작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소중한 친구 민희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를 향하는 추적극이자 복수극이다. 93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군더더…

[영화觀] 욕망이라는 이름의 줄타기

[한라일보] 완성이라는 말을 언제쯤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일을 하다 보면 끝내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그때마다 찜찜한 기운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건 나와의 타협 같은데? 아니 이것 이상이 있을 것 같은데 하…

[영화觀] 타오르는 마음의 초상

[한라일보] 열불이 난다. 화가 도진다. 마음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이게 다 꺼내어 볼 수 없는 나의 마음 때문이다. 속에서 연신 뜨거운 것이 느껴지는데 만질 수도 없고 사진을 찍어 들여다볼 수도 없다. 내 속엔 대체 뭐…

[영화觀] 안에 있는 모든 것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잠'은 1음절의 단어인 제목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다. 어느 단란한 부부의 삶 안으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들어온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바뀌어 버린다. 출산을 앞둔 아내 수진은 대기업 인사 …

[영화觀] 필사의 기록

[한라일보] 국어사전에는 '필사'의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먼저 '베끼어 씀'이라는 명사가 있고 두 번째로는 '죽을 힘을 다한다'는 명사가 있다. 이밖에도 필사는 '붓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 또한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필사적이라…

[영화觀] 가면의 촉감

[한라일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7부작 시리즈 '마스크걸'은 욕망을 드러내고 들어내기 위해 가면을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다른 누군가는 과거를 지우기 위한 수단으…

[영화觀] 모어 댄 골드

[한라일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 그 성과와 능력으로 오랜 시간 존경을 받는 사람을 우리는 거장이라고 부른다. 거장은 한 자리에서 뿌리내린 채 그늘을 넓혀가는 나무를 닮은 존재다. 어떤 분야에 몸 담고 있던 우리…

[영화觀] 만세 삼창

[한라일보] 사는 게 지옥이라고들 한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데 나를 지옥에 빠뜨리는 건 결국 나라고도 한다. 사는 거 뭘까, 지옥 어딜까 그리고 나는 누굴까. 때로는 아무도 만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