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길복순'의 세상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 곳이다. 자신을 사랑하거나 혹은 타인을 자신만큼 사랑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사실 살아 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나을 리 없지 않겠냐는 전언, 사랑을 숨기거나 사…
[한라일보] 매일 만나던 절친이 어느 날 갑자기 절교를 선언했다.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마음은 호기심과 의구심으로 새카맣게 얼룩져 타 들어간다. 우리가 왜, 당신이 왜 그리고 내가 왜. 대체 나만 모르게 무슨 …
[한라일보] 슬픔에 대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우리의 생에는 자주, 덜컥 슬픔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슬픔의 방문을 막을 도리는 없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도, 방 안에 웅크리고 슬픔을 외면하려 해도 찾아온 슬픔은 쉽게 떠나…
[한라일보] 사람이 태어나서 혈연이 아닌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는 최초의 타인을 우리는 친구라고 호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함께 하고 유치원에서 낮잠을 함께 자고 학교 입학식에서 우연히 내 옆에 서 있…
[한라일보] 소파에 앉은 거구의 남자가 게이 포르노를 보며 자위행위를 한다. 보통 거구가 아니다. 자신이 앉은 소파가 좁아 보일 정도고 자위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이다. 그의 쾌락을 향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
[한라일보] 아직 고등학생이다. 졸업 전이고 실습을 나왔다. 콜센터이지만 대기업이라고, 좋은 취직 자리라는 말에 들뜬다.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치는 흉내를 내며 활짝 웃는다. 소희의 처음은 그랬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것을 …
[한라일보] 겨울의 막바지였던 지난 주말에는 가족 여행으로 수안보에 다녀왔다. 온천이 유명한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곳인데 막상 가보니 제천과 단양, 충주의 다양한 관광명소들을 오가기 적합한 곳이기도 했다. 청풍명월…
[한라일보]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로 평단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은 여러모로 실패작에 가깝다. 3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은 난잡하고 장황하며 구구절절한 데다 엔딩에 이르면 실…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 '애프터썬'은 딸인 소피가 아빠인 캘럼과 20년 전 단 둘이 떠났던 튀르키에 여행을 추억하는 이야기다.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그해 여름. 거친 입자의 화면 속에 남겨…
[한라일보] JTBC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네 남녀가 서로에게 다가서고 멀어지며 이해와 오해를 반복하는 시간들을 담아낸 이야기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이들은 지겹고 고통…
[한라일보] 누군가의 얼굴은 어떻게 각인되고 그 각인은 얼마나 지속될까. 수없이 많은 닮은꼴들 사이에서 유일한 단 하나를 잊는 일에는 얼마큼의 기간이 필요할까. 19금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천만 관객을 열광시킨 좀비 블…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그리고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감독의 개성이 도드라지는 감각적인 시대극이다. 전작들을 통해 '외로운 이가 놓인 낯설고 아름다운 세계, 그곳에서 만난 운…
[한라일보] 연초의 다짐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는 무력감과 의구심들이 녹지 않은 눈처럼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가 호기롭게 시작한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험. 그렇게 넘어지고 주저앉은 상…
[한라일보] 어딘가의 언어로 만들어진 누군가의 이름을 호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무게일까.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지우려는 망각의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이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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