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시즌 코로나 악재 겹치며 혈액 수급 ‘위기’
단체헌혈 급감했지만 개인헌혈 꾸준히 증가
환자 구할 유일 수단… 적극 관심·참여 필요


매달 13일은 헌혈의 날이다. 혈액·피를 뜻하는 영어 '블러드(Blood)'의 첫 글자 'B'가 아라비아 숫자 1과 3이 합쳐진 것처럼 보여 정해졌다.

지난 12일 이마트 신제주점 직원들이 대한적십자사 헌혈에 동참해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국기자

헌혈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적십자 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류 최초의 수혈은 1667년 시도됐다. 당시 루이14세의 주치의인 장 드니(Jean Denis)가 원인 모를 열병을 앓고 있던 15세 소년에게 어린 양의 혈액을 수혈한 것이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의 혈액을 사용한 수혈은 1818년 첫 시도됐다.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제임스 브런델(James Blundell)이 위암으로 죽어가던 환자에게 사람의 혈액 약 400㏄를 수혈한 것이 그 첫 시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례에서 치명적인 결과가 확인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사람의 혈액을 사용한 수혈은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가 혈액형을 발견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란트슈타이너는 1900년 서로 다른 세가지의 동종응집소(isoagglutinin)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사람의 혈액형을 A형, B형 및 C형(후에 O형으로 변경) 세가지로 분류하는데 성공했다. 란트슈타이너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30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네번째 혈액형인 AB형은 그의 제자인 데카스텔로(DeCastello)와 스털리(Sturli)가 1902년에 발견해 냈다.

새해 벽두부터 혈액 수급에 '위기' 경보가 내려졌다. 매년 겨울마다 되풀이 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사뭇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국내 혈액 보유량은 평균 3.6일분에 그친다. 적정 보유량인 5일분의 72% 수준이다. 혈액 보유량은 지난해 12월에도 네차례나 '주의' 단계인 3일분 미만으로 떨어졌다. '주의' 단계에선 혈액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공급이 어렵다.응급 상황을 제외한 일반적인 수술은 혈액이 확보될 때까지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다.

제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 기준 제주지역 혈액보유량은 7.4일분이다. 타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아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위기시에 수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사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준보다 3~4일분이 더 필요하다.

지난해 제주지역 헌혈은 그 전해에 비해 15.8% 늘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개인헌혈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동안 10~20대의 헌혈 비율이 하락했지만 30~40대의 참여가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단체헌혈은 전년도에 비해 11.3% 줄었다. 고등학교·대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거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대체하면서 참여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기업·단체들의 예약도 적잖게 취소됐다.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혈액원은 도민들의 참여를 돕기위해 주요 지점에서 헌혈의집을 운영하고 있다. 헌혈의집은 현재 신제주센터(☎758-8101, 제원아파트 동쪽 버스정류장 인근), 한라센터(☎757-8101, 제주시청 버스정류장 인근)와 도남센터(☎720-7844 제주시보건소 뒷쪽 제주혈액원 1층) 등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단체헌혈(☎720-7851~3)을 돕기 위한 단체헌혈버스 2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헌혈은 인류애의 시작이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을 뿐더러 대체할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해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참여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수혈 받을 확률은 10% 정도이다. 건강할 때 준비하는 행복저축, 헌혈은 계속돼야 한다.

현영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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