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자 시인은 첫 시조집 '당산봉 꽃몸살'에서 '울렁울렁 올라오는 언어의 몸짓'을 제주어 시조로 풀어내고 있다.

고향 가닿은 오랜 기억과
현대의 이야기 제주어로

“제주어문학의 희망 예고”

2004년 문단에 나왔지만 그는 한동안 시를 놓고 살았던 것 같다. "다시는 시를 쓰지 못할 줄 알았다"는 시인의 말에서 짐작된다. 어느 봄날 '녹슨' 나이를 헤치며 '울렁울렁 올라오는 언어의 몸짓'은 시인을 일으켜 세웠다. 제주 김신자 시인이다.

그가 이 봄에 첫 시조집 '당산봉 꽃몸살'을 내놓았다. 보통의 시집 분량보다 갑절 두께인 건 제주어 시조가 나란히 실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표준어 시조' 60편과 '제주어 시조' 60편이 한데 담겼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출생인 그의 시편은 상당수 고향과 그 부근으로 향하고 있다. 표제의 당산봉을 시작으로 용수리 포구와 저수지, 멍쟁이, 수월봉, 자구내, 아홉굿 마을 등으로 퍼진다. 사춘기 소녀가 만났던 풍경은 이제 비린내가 나고 귀머거리('용수리 저수지에서')가 되어버렸다. 시적 화자는 젖은 마음을 말리기 위해 도대불 비추는 자구내 포구('준치')에 선다.

제주어보전회원인 시인은 제주어 시조를 따로 쓰긴 했지만 표준어 시에 이미 제주어를 취한 시편이 적지 않다. 시집 머리에 펼친 '아든노'만 해도 대체불가한 제주어다. '아든노'는 해녀들의 '물질' 도구인 '테왁'의 '망사리'에 달린 그물을 '어음'에 묶어주는 줄을 뜻하는데, 작은따옴표로 친 어휘들부터 제주어다. '용수리 저수지에서'는 제주어 시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용수리 뱅딧물에서'란 제목을 달 수 있었다.

시집 '허천바레당 푸더진다' 등 제주어 시를 꾸준히 창작해온 양전형 시인은 '당산봉 꽃몸살'에 대해 '어머니 숨비소리로 멜싹 까진 소파의 시간'('헌 소파의 시간')처럼 제주어 작품과 표준어 작품 모두 탄탄하게 문학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양 시인은 "정형시에서 제주어로 음보와 운율을 유지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라며 "옛 어른들의 생활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시점에서 전래 제주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제주어문학'이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의 미래를 예고한다"고 했다. 다층.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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