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곶자왈·목장길 등
한 번에 둘러보는 탐방길
장딸기·인동초 등 꽃·열매 산재
창포 싱그러움 더한 '미나리못'
피라미드처럼 솟아오른 봉우리

점점 짙어가는 녹음과 형형색색의 빛깔을 내뿜는 꽃들…. 6월의 첫날,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제주의 자연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절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1일 올해 세 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됐다. 이번 에코투어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오름에서 출발해 농로길, 미나리못, 동검은이오름, 목장길, 구좌성산곶자왈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기온도 적당하고 하늘도 맑아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백약이오름 입구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안전요원을 따라 가벼운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며 탐방에 나설 준비를 했다.

"오르기 어렵지 않고 풍광도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오름들이 있어요. 제주 서쪽지역엔 새별오름이 있다면 동쪽지역엔 바로 이 곳 백약이오름입니다. '백약이'라는 이름은 오름에 자생하는 약초의 종류가 100가지가 넘는다 해 이렇게 불러지고 있습니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이 말문을 열며 백약이오름으로 향했다. 그의 뒤를 따라 참가자들도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동검은이오름에 올라 넓게 펼쳐진 주변 오름의 풍광을 감상하는 참가자들. 강희만기자

탐방로를 따라 10여분쯤 걸었을까. 금새 백약이오름 정상에 올라섰다. 해발 356m 높이의 오름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서쪽으로는 한라산,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좌보미오름, 동검은이오름 등 주변의 오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오름의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오름의 끝에 다다랐다.

백약이오름에서 내려오니 농로길이 이어졌다. 새빨갛게 익은 장딸기와 흰색의 꽃이 피어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인동초 등 꽃과 열매가 곳곳에 가득했다. 아기자기한 길가의 풍경을 따라 걷던 참가자들이 미나리못에 발길을 멈췄다.

물까치수염

물웅덩이에 풀처럼 자란 푸른 창포가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그 안에서 함께 지내는 올챙이와 소금쟁이, 그리고 연못 주변에 핀 물까치수염, 등심붓꽃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검은이오름 정상에 올랐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오름 안에 또 다른 오름이 있었다.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를 향해 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오르막에 제법 숨이 차올랐다. 원형분화구와 말굽형 화구, 피라미드와 반원 형태의 봉우리를 갖고 있다는 동검은이오름. 이 곳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그 복합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탐험이라도 하듯 다시 수풀이 우거진 길을 헤치며 분화구를 가로질러 또 다른 봉우리에 올라섰다. 개민들레가 핀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등심붓꽃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넓게 펼쳐진 주변 오름들의 풍광도 눈을 즐겁게 했다. "동검은이오름은 어디에서 바라보는 냐에 따라 모습이 다양하게 변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검은 거미와 같아 보이고 어떤 곳에서는 평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오름 중의 하나죠." 이권성 소장이 설명을 더했다.

동검은이오름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구좌성산곶자왈.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다. 해를 가린 나무 그늘 아래 이끼 옷을 입은 돌과 이름모를 풀들이 우리를 반겼다. 참가자들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숲 가운데에 앉아 나무와 돌 등을 손으로 만지며 촉감의 즐거움을 더해보기도 했다.

구좌성산곶자왈을 탐방하는 참가자들.

이날 에코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온 이영덕(48)씨는 "제주의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그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곳곳에서 마주한 아름다운 풍광을 아내와 공유하고 싶어 사진으로 담았다. 기회가 된다면 아내와 함께 다시 찾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15일 진행되는 제4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궷물오름주차장~궷물오름~족은노꼬매~족은노꼬매 둘레길~숲길~고성천~산세미오름~산록도로를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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