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최대 규모 전문공연장으로 문을 연 제주아트센터. 개관 전 '한라문화예술회관'으로 불리다 공모를 통해 제주아트센터로 태어났다.

2010년 5월 역대 최대 규모 전문공연장 제주아트센터 개관
2014년 6월 삼매봉 기슭에 전시실 갖춘 서귀포예술의전당
문화사랑회원제도 공동 운영 반면 설치운영 조례는 제각각


그곳도 '제주 문화예술의 요람'이었다. '최상급 무대시설' 역시 빠지지 않았다. 1988년 8월 제주도문예회관에 이어 22년만에 제주에 생겨난 또 다른 문예회관인 제주아트센터를 말한다. 개관일은 2010년 5월 19일이었다.

문화공간에 대한 갈증이 컸다. 제주시 일도2동 문예회관만으론 성에 차지 않았다. 좀 더 큰 규모의 공연장을 원했다. 제주아트센터는 그런 기대감을 안고 탄생했다.

▶"도문예회관 밀려드는 대관 감당 안돼"=개관전엔 가칭 '한라문화예술회관'으로 불렸다. 2003년 오등봉 공원의 토지매입을 완료하며 건립 사업에 탄력이 붙었고 2009년 공모를 통해 명칭을 지금의 제주아트센터로 확정지었다.

2010년 5월 열린 제주아트센터 개관 음악회. 사진=제주도립제주예술단 제공

2004년 한라문화예술회관 신축에 따른 기본계획과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제주도의 문예회관은 그 어느 도시보다 공연 일수가 많으며 대관이 많이 밀려들어 공연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수백억을 쏟은 새로운 공연장인 제주아트센터 건립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서두였다.

2002년 12월말 기준으로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문화예술회관은 113개였다. 36개가 건립중이었고 8개가 건립을 계획하고 있었다. 제주지역도 그 중 한 곳에 포함됐다. 당시 제주는 자치단체별 문예회관 보유비율이 46%로 전국 평균(23%)보다 높았다.

삼매봉 기슭에 들어선 서귀포예술의전당은 서귀포 문예회관 시대를 열었다.

314억원을 들인 제주아트센터는 제주시 오라2동 2만6691㎡ 부지에 연면적 9391㎡, 1184석 규모로 개관한다. 제주시립교향악단·합창단(지금의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제주합창단) 연습실도 꾸몄다. 제주시는 오페라와 뮤지컬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개관 이래 약 한달에 걸쳐 '제주아트센터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개관 기념 '열린 음악회'를 시작으로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명창 안숙선과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가 출연한 '공감',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공연 등이 잇따랐다.

▶전문시설 표방했지만 무대 인력은 열악=문예회관이 제주시에 집중되면서 서귀포시에도 문예회관을 지어야 한다는 바람이 컸다. 착공 5년만인 2014년 6월 19일 서홍동 삼매봉 기슭에 서귀포예술의전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434억원이 투입돼 4만4240㎡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대극장 802석, 소극장 190석을 갖췄고 전시실은 부적합 논란 끝에 뒤늦게 문을 열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제주정신'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아트센터처럼 '서귀포 한마음 음악회'로 팡파르를 울린 서귀포예술의전당은 한달여 아트페스티벌을 펼쳤다. 이 기간 무용, 재즈, 클래식, 뮤지컬 등 빛깔 다른 무대가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극장을 채웠다.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등 3개의 문예회관은 제주도문화진흥원, 제주시, 서귀포시가 각각 운영을 맡고 있다. 공연장을 중심으로 최근 3개 문예회관이 공동으로 '문화사랑회원제'를 운영하는 등 제주도민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조례는 제각각이다. 어느 공연장은 별도의 대관 심사가 이루어지지만 어느 공연장은 빈 날짜가 있으면 손쉽게 무대를 사용할 수 있다. 공연의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는 무대인력 배치도 열악하다. '제주 최대 규모의 전문 공연장'인 제주아트센터는 조명·음향 전문 인력이 달랑 1명씩이다.

이들 문예회관이 어떻게 그들만의 무늬를 그려내는지는 기획력에 달렸다. 아쉽게도 공연장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예산, 인력 등 무대 규모나 지역이 품은 인적 자원에 맞게 공연을 기획하거나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교향악·합창단 등 5개 도립예술단
공연장 빛깔내는 상주단체 활용을



3개 문예회관은 공통적으로 제주도립예술단과 연관이 있다. 제주도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제주도문예회관엔 제주도립무용단 연습실을 뒀다. 제주아트센터는 한때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과 제주합창단이 둥지를 틀었다. 서귀포예술의전당은 현재 제주도립서귀포합창단이 입주했다.

제주도립 공연장은 5개 도립예술단의 활용 여부에 따라 빛깔이 달라진다. 제주아트센터는 교향악단과 합창단을 통해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 기획·개발이 가능하다. 서귀포예술의전당 역시 제주도립서귀포합창단·서귀포관악단과 손을 잡고 공연 기획 프로그램을 확장할 수 있다. 5개 예술단원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 개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 도립예술단이 3개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비가 샜던 제주아트센터 건물을 떠난 뒤 지금까지 제주시 애월읍 옛 공공청사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문화도시 제주시'의 부끄러운 얼굴이다. 서귀포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 연습실과 사무실을 둔 서귀포관악단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다. 제주도는 예술단들이 각각의 공립공연장에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연장에서 직접 예술단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제주도문예회관장이 제주도립무용단장을 맡고 있는 것처럼 공립공연장 대표가 예술단을 꾸려가는 식이다. 예술단장은 매년 연간 공연계획을 포함한 기본운영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령 제주교향악단·합창단의 경우 제주아트센터 소장이 이끌며 공연장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획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 된다.

도립예술단들이 지역의 대표 문화공간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지역 주민들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계획을 실행하려면 해당 공연장의 수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배치해야 하는 과제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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