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10대강 젖줄 발원지
인더스·갠지스·메콩·양쯔강 등
빙하 녹으며 세계 물분쟁 화약고
전문가들 물의 미래 앞다퉈 진단


히말라야 트레킹은 만년 설산의 고봉과 거대한 산맥이 펼치는 파노라마만을 감상하는 치유여행이 아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다양성과 불편한 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곡과 원시림, 그리고 수십~수백m 높이에서 엄청난 양을 퍼붇는 폭포가 압도한다. 이 폭포수는 히말라야 고봉의 만년설산, 빙하에서 녹아 내린 것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 트레킹 코스의 협곡의 주류는 모디강(MODI KHOLA)이다. 모디강의 협곡은 빙하가 녹아 내린 해빙수의 우렁찬 울림으로 귀가 쟁쟁하다.

안나푸르나 히말라야는 협곡과 원시림, 그리고 수십~수백m 높이에서 엄청난 양을 퍼붇는 폭포가 압도한다. 폭포수는 히말라야 고봉의 만년설산, 빙하에서 녹아 내린 것이다. 빙하가 녹은 엄청난 양의 해빙수는 협곡의 강을 따라 장쾌하게 흘러간다. 히말라야 해빙수는 인더스강, 갠지스강 등 아시아 주요 10대강의 젖줄 역할을 한다.

21세기는 물의 시대다. 세계경제포럼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가장 큰 도전과제로 물 문제를 지목한다. 우려스럽게도 히말라야 물 부족이 재앙을 부를 것이라는 예상은 우울하다. 히말라야에 있는 2100여개의 빙하로 이루어진 만년설에서 나오는 해빙수는 인더스강, 갠지스강, 양쯔강, 메콩강 등 아시아 10대 강의 젖줄 역할을 한다. 인도, 파키스탄, 네팔, 부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중국 등의 주요 물줄기들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에 크게 의존한다. 전 세계 물 분쟁의 진원지 중 하나가 히말라야의 해빙 때문이라는 주장의 근거다. 바로 지구온난화란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보여주는 논리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으며,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지구환경전략연구소는 히말라야 빙하가 2030년쯤이면 지금의 5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금세기 말이 되기 전에 만년설이 완전히 녹아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저서 '2030 대담한 도전'에서 물전쟁을 예측하면서 히말라야를 강조한다. "아시아 10대 강의 젖줄이 말라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미래의 블루 골드라고 불리는 '물' 쟁탈전 때문에 아시아가 새로운 화약고로 부상할 것이다. 그렇게 3차 세계대전의 최대 화약고인 아시아가 점점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

프랑스 최고의 세계화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 에릭 오르세나는 '물의 미래'에서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으로 물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물과의 혈전을 선포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실상도 보여준다. 그는 세계 물 위기의 현장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가뭄과 홍수, 물로 인한 질병으로 생존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만났다. "21세기의 물은 권력이다. 물을 장악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저자는 세계 물 탐사를 통해 지금 물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희망도 없다는 절박함을 설파한다. 안정적이며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과 개개인들의 절제를 통한 물 자원 보존 노력이 절실함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의 메시지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도 무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울림이 크다.



협곡 사이로 산비탈 다랭이논 인상적


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6일간 70㎞·40시간 소요
고산마을 전통문화 간직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의 거점은 해발 820m에 위치한 포카라이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로 '호수'라는 뜻의 네팔어인 '포카리'에서 유래한 곳이다.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관을 사계절 내내 품고 있다.

산비탈에 조성된 대규모 다랭이논이 인상적이다.

ABC 트레킹은 6일간의 여정이다. 트레킹 거리는 약 70㎞, 대략 40여 시간이 걸린다. 포카라에서 차량으로 '카레'(1770m)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이 곳에서 '란드룩'(1565m)까지 도보로 이동하는게 첫날 일정이다. 트레킹은 가파른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특히 산비탈의 대규모 다랭이 논이 인상적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식사를 하고, 걷고, 해가지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단순한 일과의 반복이다. 이런 일과 중에서 중요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롯지다. 트레커들의 숙소겸 휴식처다.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든 트레커들의 소통의 공간으로서 매우 유용하다.

트레킹 이틀째는 안나푸르나 지역에서 가장 긴 다리인 뉴브릿지를 통과하는 구간이다. 가파른 다랭이논 길을 지나 협곡을 따라 트레킹이 이어진다. 구름다리와 같은 뉴브릿지를 건너 '지누단다'(1780m) 롯지에서 '천국의 경관'(해븐 뷰)이란 간판이 눈에 띄는 '촘롱'(2170m)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트레커들은 헐떡거릴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다랭이논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한라산 백록담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한 촘롱은 네팔의 여러 종족 중 하나인 구릉 족의 터전이다. 몽골계 혈통으로 안나푸르나 협곡의 비탈진 곳에 빽빽하게 계단식 밭을 일구어 온 사람들이다. 척박한 환경속에도 '풍요의 여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안나푸르나 안에서 특유의 생활력으로 그들만의 문화를 지켜오고 있는게 인상적이다.

촘롱과 협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마을 '시누와'(2360m)에 이르는 구간의 명물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길의 돌계단이다. 대략 3000개다. 촘롱은 돌 계단과 돌 집, 비탈진 다랭이 논으로 기억된다. 시누와 롯지에 이틀째 여장을 푼다. 간단한 샤워도 이곳이 마지막이다.

트레킹 3일째 여정은 시누와를 출발해 밤부(2310m), 도반(2600m), 데우랄리(3200m)로 이어진다. 시누와에서 밤부까지 가는 길은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이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삼림욕 구간이다. 3월에서 4월말 기간에 트레킹을 한다면 네팔 국화인 랄리구라스가 만발해 트레커의 친구가 되어주는 길이다. 밤부를 지나 도반, 데우랄리 롯지 구간은 협곡과 장대한 폭포가 압권이다. 이제 서서히 고소에 대비하고 적응해야 한다. <글·사진=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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