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명분

[오수정의 목요담론]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명분
  • 입력 : 2023. 01.12(목)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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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전북특별자치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제주, 세종, 강원에 이어 4번째이다.

특별자치도를 설치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보인다.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조성한다는 취지였고 강원과 전북은 고도의 자치권 보장 속에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이었다. 모두 '특혜가 아닌 자기 결정권을 확보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제주 역시 고도의 자치권 보장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는 지역균형 발전을 담보한 특수성이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설치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제주는 특수성이 반영된 지방통치가 이루어졌다. 한국사에서 조선의 지방통치는 중앙에서 현재의 도지사로 볼 수 있는 관찰사를 거쳐 군현의 수령에 이르는 직접적인 통치체계였다. 하지만 전라관찰사의 관할 하에 있었던 제주는 이런 통치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섬이라는 지리적 요건도 있고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중간적인 위치라는 지정학적인 요인도 있었다. 탐라국시대부터 내려온 토호세력들의 관리와 회유 문제도 있었고 지형적 특수성으로 생산과 수세의 문제까지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주에 대한 효율적 통치방안을 찾아야만 했던 조선왕조는 제주목사에게 전라관찰사의 일부 권한을 이양해 독립성을 보장해 주었다. 최전방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안이 있을 때마다 임금께 직접 보고하는 체계라든지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임금은 관찰사의 권한인 정의·대정현감의 전최(평가권)를 제주목사에게 부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왜구 침입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육군과 수군을 통치할 수 있는 절제사의 권한까지 줬다. 이런 통치구조의 차별성은 다른 지역 목사보다 한 단계 높은 당상관을 파견했던 것으로 알 수 있다. 이처럼 조선왕조는 제주라는 특수성을 인지하고 통치체계에 대한 권한과 이에 맞는 지위를 지닌 목사를 파견하며 변방을 관리해 나갔던 것이다.

필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조선시대부터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전초기지로 활용됐던 일제강점기까지 제주의 지정학적 특수성은 주목을 받아왔고 이승만 정권 당시부터 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각종 학술조사와 개발계획들이 응집해 지금의 국제자유도시 조성과 특별자치도가 된 것이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7년이 된다. 그동안 6단계에 걸쳐 4660건의 권한과 사무를 이양받아 왔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자치권 보장과 복리증진은 부족하며 행정과 민원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특별자치도가 보편화되는 상황이다. 과거 역사가 제주를 특별한 시각에서 격상된 방식으로 통치한 것처럼 이제는 제도개선 건수보다는 충분한 재정지원이 수반된 권한 이양으로 선회돼야 할 시점이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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