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시, 시조, 소설

[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시, 시조, 소설
  • 입력 : 2022. 01.01(토)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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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개성적 시선 돋보여

심사위원 김수열 시인(왼쪽), 서안나 시인

2022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전국 각지에서 199명이 총 1142편의 작품을 응모하여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 속에서도 문청들의 시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시 부문 199명의 응모자의 작품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는 최종 10편의 작품이 거론되었다.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들의 특징은 시의 길이가 길어지고 산문시 형태가 많았다는 점이다. 내용면에서도 현대인들의 소외와 불안, 서정성이 짙은 작품 등 다양하고 참신한 시적 경향을 선보였다.

본심에 오른 응모작 중에서 눈길을 끈 작품은 '엄마 달과 물고기', '거품공장 공장장 탁씨', '뜨겁고 흰 유언' 등 3편이었다. '거품공장 공장장 탁씨'의 경우, 아웃사이더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으며, '구름(담배 연기)'과 '죽음'이라는 이질적인 결합이 시의 비극성을 환기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시 세계가 확장되지 못한 채 관습적으로 마감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뜨겁고 흰 유언'은 '어미 개'의 죽음을 통해 어미 개가 지닌 모성의 세계와 인간 혹은 공권력이 지닌 폭력성을 포착한 작품이다. 안정적인 시적 구조와 상징을 통해 시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반면 상상력의 변용과 확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논의 끝에 '엄마 달과 물고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엄마 달과 물고기' 외에 '눈, 어슴푸레한', '오래된 서랍' 등 응모작들도 편차 없이 고른 수준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활달한 시적 상상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시각이 개성적이며, 시 창작에 몰입한 고투의 시간이 육화되어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점이 돋보였다.

당선작인 '엄마 달과 물고기'는 모성의 부재로 인한 비극미와 더불어 '달'이라는 매개를 통해 역사인식은 물론 은유와 상징성까지 획득하고 있다. 이때의 '달'은 타자와의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고, 공동체의 의지를 추동하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어 '엄마 달과 물고기'를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수상자에게는 거듭 축하를, 응모자분들께는 깊은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심사위원 김수열(시인), 서안나(시인)>



[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심사평
새해 벽두에 내보일 새로운 목소리를 찾지 못했다

심사위원 오승철 시인(왼쪽), 홍성운 시인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문학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마스크로 대변되는 시대의 자화상 앞에서 '신춘문예'라는 기대와 설렘을 갖는 것은 사치일까.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가져본 생각이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40여 편(8명)이다. 우리는 어느 한 편의 시조가 새해 벽두에 희망의 환한 불씨가 되길 기대하면서 각각의 작품을 숙독하고 논의했다. 좋은 시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감각, 그리고 깊은 사유와 고뇌에서 비롯되며, 문장과 율격을 살피고 이미지를 잘 살려 묘사와 진술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오랜 논의 끝에 '제천(祭天)', '모를 심다', '노을 점묘'를 최종심에 올렸다. 작품 '제천(祭天)'은 4수(首)로 된 연시조로 제단이나 탑 등을 통해 '인간의 난처한 곳'을 환유하고 하늘에 올리는 제의를 형상화했다. 이러한 신화적 사유가 얼핏 눈에 들어오지만 몇몇 곳에서 시조의 율격이 크게 벗어나고 설명적인 부분이 많아 작품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모를 심다'는 2수로 된 연시조로서 '모(禾)'의 동음이의어인 '모(母)', 즉 기표와 기의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모(禾)를 모(母)로 환치하여 어머니의 희생성과 아낌없이 내주는 벼의 속성을 등치하여 시편을 꾸렸다. "어머니를 심으면/ 따뜻한 밥이 될까"나 "길가에 빈 몸으로 선/ 한 묶음의 어머니"와 같은 시구에 시선이 머문다. 그렇지만 시상의 깊이가 한계로 느껴진다. '노을 점묘'는 그림을 그리듯 점층적으로 시상을 펼쳐나간다. 마치 자동차가 평지를 주행하듯 밋밋하며, "서녘의 화첩을 열어 안식에 들고 있다"는 넷째 수에 이르러야 비로소 시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조는 풀림보다 압축의 미를 견지하지 않는가.

오랜 논의 후에 새해 벽두에 내보일 새로운 목소리를 지닌, 미래의 가능성이 돋보이는, 완성도가 높은 그런 참신한 작품을 우리는 찾지 못했다.

<심사위원 오승철(시인), 홍성운(시인)>



[2022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알레고리 기법으로 마음나눔 통한 치유 메시지 참신

심사위원 고시홍 소설가(왼쪽), 김재영 소설가

우선 본심에 오른 열 편에서 절반을 추려냈다. '검은 입'의 틀은 카카오 대화를 통해 나와 상대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게 구심점이다. 그림자, 의자 사진 찍기와 반지하 방에 출몰하는 그림자에 초점을 맞췄으면 어떨까 싶었다. '낙지의 꿈'은 낙지잡이 귀신 할머니, 낙지쌈꾼 엄마와 아빠의 삶, 도시 생활을 정리, 귀향한 사연이 핵심이다. 도시를 떠나게 한 상황 설정이 너무 안이해서 울림을 반감시켰다. 그리고 '퍼포먼서'는 진중한 주제의식에 비해서 플롯의 평이함, 시공간의 모호함, 설명하기와 보여주기가 조화롭지 못해 지루했다.

최종적으로 '후레자식의 꿈', '똥' 두 편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후레자식의 꿈'은 공간 이동에 따른 가족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팽이치기, 마트료시카, 재래시장, 공책에 시와 단어 쓰기가 암유적 복선으로 깔려 있다. 짜임과 문장이 간결하고 명쾌하다. 하지만 '-지'로 끝나는 중얼거림의 독백체 서술에 부분적 오류가 있고, 인물과 사건의 극적국면 장치가 미흡한 게 가장 큰 결함이었다.

'똥'은 평균적인 삶을 추구하는 일상에 균열을 가하는 특이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화두로 삼고 있다. 그녀는 염소 똥만한 태아가 유산한 이후 똥이란 말만이 유일한 언어로 남는다. 나중에는 '똥 속에 파묻혔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듯 동(童)' 하고 소리를 낸다. 알레고리 기법으로 삶의 고단함과 불안, 소외, 잃어버린 자아는 이웃과의 진정한 마음나눔으로 치유된다는 메시지가 참신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 이색적인 상황 전개가 작위적 언어유희가 아닌, 언어의 마술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당선작으로 방점을 찍은 이유였다.

차수진 님에게는 축하와 더불어 거듭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견주었던 작품을 비롯해, 135편의 응모작에서 본심, 그 절반에 오른 작품의 응모자들에게도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고시홍(소설가), 김재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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