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뷰티풀 히어로

[영화觀] 뷰티풀 히어로
  • 입력 : 2021. 10.29(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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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그을린 사랑>, <컨택트>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드니 뵐뇌브 감독의 <듄>이 드디어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프랭크 허버트의 방대한 원작을 각색한 드니 뵐뇌브의 영화 <듄>은 그야말로 대하SF의 서막을 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영화적 체험으로 매혹시키고 있다. 두 시간 반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데 집중한 드니 뵐뇌브의 <듄>은 영화 한 편의 분량 안에 원작의 거대한 세계관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특유의 무드를 만들어내며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최소한의 CG만을 사용하고 길고 고된 로케이션을 통해 완성한 압도적인 사막의 풍광과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유려하고 풍성한 선율, 티모시 샬라메, 오스카 아이삭, 레베카 퍼거슨, 제이슨 모모아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다채로운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를 통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라는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듄>의 아이맥스 상영관의 티켓은 조조 시간대에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을 주저했던 관객들은 <듄>의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 시켜주는 아이맥스 관람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른바 명당 자리로 불리는 아이맥스 상영관의 좌석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개봉 둘째 날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듄>을 관람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사막의 비쥬얼에 한 번 놀랐고 사운드의 강력한 위용 앞에 다시 놀랐다. 누군가는 <듄>을 관람하는 것이 마치 영화에 짓눌리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충분히 공감했다. 어둡고 무겁고 느린 이 영화는 관객들 또한 사막의 한복판에서 서사를 펼쳐가는 인물들의 뒤를 따라가야 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너무 가까이에서 맞닥뜨려 보는 내내 모래 알갱이가 눈가에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웅웅 대는 사막의 바람 소리에 왠지 모를 고립감이 들기도 했다. 어둡고 거대한 극장 안에서 사막의 한복판과 마주하는, 과연 시네마틱한 체험이라고 할만한 특별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블럭버스터의 재미를 기대했던 마음은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대작을 관람하러 극장에 갈 때 ‘진짜 재밌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품고 가게 되는데 <듄>은 사실 그 마음은 다시 품에 넣어두고 돌아온 작품이기도 하다. 누군가 <듄>이 재밌냐고 물어온다면 멋있어라고 대답은 하겠지만 재밌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듄>의 파트2 제작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분명 다음 사막은 지금보다는 좀 더 쾌감의 여정이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정말 ‘멋있고 재밌는 배우가 있다’라고는 확언할 수 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이 영화에 물기를 더하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듄>의 중심에 있다.

20대 초반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전세계 관객들의 마음에 안착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듄>의 사막에 심어진 한 그루 신록이자 특유의 물기로 사막의 건조함을 해갈 시키는 오아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 서사와 성장담 사이에 놓인 어렵고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 배우는 매력과 연기력의 황금 비율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낸 것처럼 보였다. 어깨는 무겁지만 발걸음은 주저가 없었고 눈 안에 수심이 가득했지만 눈빛이 흐려지지 않았다. <듄>이 시네마틱한 체험이 된 데에는 무비스타 티모시 샬라메의 공이 적지 않다. 영화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배우라는 것을 설득하는 주인공이 바로 <듄>의 티모시 샬라메다. 1995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27살인 티모시 샬라메는 <인터스텔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작은 아씨들>등의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여왔다. 소년의 무구한 호기심과 아름다움 피사체의 절대적인 황홀함을 갖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는 누군가의 시선을 빼앗기도 누군가에게 시선을 빼앗기기도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배우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지도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내며 보는 이의 심장을 뒤흔들었던 티모시 샬라메는 <듄>을 통해서는 대서사시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며 사막의 거대한 바람같은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는 낯설고 근사한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낸다. <듄>에서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이 스크린에 온전히 드러나는 순간들은 오로지 그만의 것이 되고야 마는데 우리는 이 시리즈의 여정을 통해 설명보다는 묘사가 적합한 아름다운 영웅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에 마음이 또 뜨거워졌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무브먼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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