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유니콘은 어디에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유니콘은 어디에
  • 입력 : 2021. 10.27(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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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포럼에 참여했다.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제주스마트e밸리포럼이다. 서귀포에 살면서 한라산을 넘어 아침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대학, 기관 등 다양한 직업군에 있는 이웃들과 함께 변화하는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 지역의 현안을 고민한다는 것, 몸과 마음이 바쁘지만 밀려드는 소소한 만족감과 스스로 느끼는 대견함, 나이가 들며 연약해지는 공동체 의식과 쇠락해가는 자존감을 포럼을 통해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e밸리포럼은 지역현안과 국내외 동향을 공유한다. 제주형 실리콘밸리 구축을 비전으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4차산업과 인공지능, 전기차와 미래교통시스템 등 전문가들과 탐구하고 고민해온 내용과 정보는 광대하고 심오하다. 금차에는 오랜 기간 정보통신에 몸담았던 오경수 사장이 '스타트업 투자생태계 조성'에 대한 발제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젊은 패널들의 직설적이고 현실적 의견개진이 열기를 더했다. 스타트업은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이다. 소규모이지만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 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 각각의 사업영역에서 유니콘기업으로 성공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초기엔 용어자체가 낯설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시대적 트렌드로 부각되며 세계 젊은이들의 꿈과 로망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제주의 상황은 어떠한가. 미래를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있는가. 강한 의지로 기술개발에 투자를 해가는 기업이 있던가. 이러한 청년과 기업들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은 마련되고 있을까.

제주의 기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그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제주는 단순히 비행기로 손쉽게 오가는 섬관광지가 아니다. 예전처럼 감귤 원산지로 혹은 은갈치 고장으로만 여기면 오산이다. 제주는 이미 플랫폼 대표기업 다음이 이전한 지 오래고 세계 최초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도 여덟 차례나 열렸다. 양방향으로 전기에너지 수급이 이뤄지는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기를 빼내어 활용하는 V2G기술의 실증은 제주가 국내 최초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제주는 농어업과 관광 주력의 산업한계에서 탈피하여 용암수와 천연화장품 등 바이오영역까지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산업생태계의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연내에 제주는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머지않아 1조의 기업가치를 보유하는 유니콘기업의 탄생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청년의 취업은 물론 육지부에서도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와 비전을 찾아 몰려오는 제주형 실리콘밸리의 구축, 그 현실화를 기대한다. 지역의 산업생태계 변화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전환과 조성에 대한 관심, 그리고 촘촘하게 설계된 제주도의 정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허경자 제주EV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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