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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의 문화광장] 느슨한 연대, 치밀한 단합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7.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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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한 바구니에 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고양이를 한 바구니에 담는 것보다 어려우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예술가를 한 곳에 모으려 애쓸수록 이들은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거나 안 보이는 구석으로 숨어버리거나 할 뿐인데, 흩어지거나 숨었다고 생각한 이 지점에서 결과적으로 서로 비슷한 곳에 모여있게 되는 기묘한 현상도 생긴다. 서울의 을지로가 지금 그렇다.

을지로는 온갖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홍대앞 화방만큼이나 미술가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 을지로의 상가들이다. 온갖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건 온갖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에게 을지로의 부품들은 미술재료와 동일하다. 을지로가 가깝다면 재료를 구하기 쉽다는 뜻이고, 마치 강가에서 문명이 탄생하듯 을지로에 작가들의 작업실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했다. 을지로는 서울특별시의 중구, 즉 대도시의 한가운데이므로 땅값이 비쌌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있기에 마땅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전에 형성된 도시인만큼 처음 지어진 건물들이 낡고 불편해지면서, 인근에 새로 지어지는 고층빌딩에 비해 매력없는 부동산이 됐다. 특히 엘레베이터 없는 건물의 4층과 5층은 공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이 살지 못하고 상업용으로도 가치가 없는 공간이야말로 예술가들이 찾는 최적의 장소다. 일단 넓은 공간에 값이 싸다는 게 충분한 장점인데, 무려 그 매력적인 작업공간이 을지로라니! 낡은 건물의 4, 5층이 작가의 작업실로 채워지고, 이 작업들을 소개하는 대안적 전시공간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을지로는 근 5년 사이 힙지로로 변신했다. 전시장과 작업실을 찾는 젊은 예술인 인구가 도로를 채우고,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이 펍과 카페, 식당을 내기 시작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자리에 사업가들이 들어서는 일은 시간문제로 남는다. 그 예전에 홍대앞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저 작업하고 전시하고를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건물이 헐리거나 월세를 감당못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 전에 을지로 공간들을 기록하고 소개하는 활동들이 눈에 띄었다. 을지예술센터는 <콜렉티브컬렉션>이라는 전시를 빌어, 을지로의 활동과 공간들을 엮어 소개함으로써 연계하고 기록하고 알리고 있다. 예술가를 한 바구니에 담는 게 불가능하지만, 여기저기 포진한 작가들을 넓은 울타리로 품고 의미부여를 해냈다. 각자도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느슨한 연대로 이어져 있었고, 이를 기획의 형식을 빌어 치밀하게 강제로 단합하도록 한 셈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연대와 단합은 힘이 세다. 이젠 예술가의 힘이 세질 때도 되지 않았나.

제주에서 예술가의 연대는 가능한가 싶던 차에 흩어진 전시공간을 엮는 시도를 발견했다. 을지로와 비슷하게도 원도심에서 시작됐다. 한 작가가 손수 지도까지 만들어가며 세 곳의 문화공간과 근처의 맛집 두 곳을 연계해 원도심 미술여행 동선을 제시했다. 리뷰에 따르면 한 작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힙지로만큼의 파급을 일으켰다고 한다. 우리 규모는 아직 논하지 말기로 하자.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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