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한국전쟁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

[김정호의 문화광장] 한국전쟁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
  • 입력 : 2021. 06.15(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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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게 한국전쟁은 처음부터 국제경찰 역할의 일이었고, 일본이 미국을 직접 공격한 태평양 전쟁이나 나치와의 전쟁과는 다른, 그래서 국민적 관심이 크지 않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잊혀진 전쟁으로 인식됐다.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전쟁은 2차대전 영화에서처럼 적과의 대결 속에 누가 이기고 지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참전한 개인이나 집단 간의 갈등, 그리고 도덕과 양심에 대한 고뇌를 다루는 경우가 많고, 2차대전 참전 경험이 있는 예비역들이 다시 한국전쟁에 소집돼서 참전한 이야기가 많다. 미군이 주로 상대하는 영화 속의 적들은 북한을 도우러 온 중국 인민지원군인 경우가 많다. 전쟁 기간에도 바로바로 전쟁의 사건들을 반영한 저예산 영화들이 나왔는데, 주로 심야의 자동차 극장에서 오랫동안 상영되면서 미군 모집 홍보 영화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송가 Battle Hymn’(1957)에서 2차대전 때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딘 헤스 대령(록 허드슨)은 독일의 고아원을 폭격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목사이다. 한국전쟁에서는 무스탕 F-51 D를 조종할 한국공군을 훈련하면서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 한편 그는 한국의 고아들을 돌보게 되는데, 1951년 1·4 후퇴를 맡아서, 950여 명의 아이를 미 공군 수송기를 동원해 안전한 제주도로 피신시킨다. 딘 헤스를 도와서 고아들을 돌보는 양은순 역할은 인도계 미국인 배우가 맡았다.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Pork chop Hill’(1959)는 판문점에서 중공군과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1953년 4월부터 7월까지 벌어진 고지전을 다루고 있다. 전략적으로 무의미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중공군이 공격하는 이유는 이 전쟁의 무의미함을 미군에게 심어주어서 전력을 약화하기 위해서이다. 일본계 미국인 장교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은 ‘War Hunt’(1962)도 중공군과의 휴전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판문점 근처 고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선 전쟁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살인을 일삼은 군인이 휴전협정 발효 당일 밤에 비무장지대를 들어가는 데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 군인을 따르는 미군 하우스 보이도 같이 북으로 간다.

1952년 7월에 나온 ‘영호작전 One minute to Zero’에서 로버트 미첨은 한국군에게 바주카포로 탱크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미군 군사고문단 소속의 대령으로 나오고 그의 상대역은 UN 기구에 종사하면서 피난민을 보살피는 유엔의 이상에 충실한 미국인 여성이다. 대령은 피난민 속에 숨어서 남하하는 인민군을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 피난민을 향해서 포를 쏘게 하여 그들의 남하를 저지한다. 인천상륙작전 후 중공군에게서 밀리기 시작해 가장 추운 겨울로 기억되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 철수는 1952년 2월에 나온 ‘장진호 전투 Retreat, Hell!’, 후퇴하는 미군을 위해 중공군을 저지하는 48명의 미군을 다룬 ‘총검 장착 Fix Bayonets’(1951)가 다루고 있다. ‘철모 The Steel Helmet’(1951)에서는 포로로 잡힌 인민군 장교가 흑인 인종차별하고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하는 미국을 사랑하느냐고 미군들에게 묻는다. 현재 미군이 우리나라와 함께 갑시다 라고 사용하는 구호가 여기에서는 전쟁고아가 미군에게 하는 대사로 등장한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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