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엽의 한라시론] 생각하는 정원의 코로나 이후

[성주엽의 한라시론] 생각하는 정원의 코로나 이후
  • 입력 : 2021. 05.1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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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방문하는 주요 국빈과 저명인사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 생각하는 정원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던 일반적인 곳이 아닌 Creative 하고 Unique 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하는 정원에 외국인 방문객이 끊어진 것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개원한 지 30년이 돼가면서 수많은 난관을 지나왔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가장 혹독한 시련으로 느껴진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정원 내외부를 새롭게 재정비하고 이제 겨우 뒤를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겪은 시련들을 힘겨워 했는데 15개월이 지나는 지금 어쩌면 생각하는 정원이 가는 길을 위해서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충격이 아니었다면 변하려 하지 않았을 것 이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에 대한 절실함을 일깨워줬고 그 자극으로 새로운 시스템과 홈페이지로 고객들에게 실시간 정원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객이 거의 없던 2020년에 정원 내부의 정원수들을 이동 재배치해, 새로운 공간인 향나무 정원, 브랜드 존, 엘림 동산을 조성했다. 뷔페 시설로 운영되던 정원 내 식당은 고객 감소로 운영이 불가했고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뷔페 시설은 고위험군으로 지정돼 앞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단품 메뉴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식당의 장기휴업으로 근무하던 직원들마저 퇴사하면서 방향을 찾지 못해 1년 동안 문을 닫아야만 했다. 지금은 실내를 리뉴얼해 아름다운 정원 뷰에서 제주 통갈치 구이와 조림을 즐길 수 있는 제주 로컬푸드 레스토랑으로 멋있게 변신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방문하지 않아도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드시 반복한다는 토인비의 이야기를 가슴에 다시 한번 새겨 본다.

배나무 분재에 매달려 있는 열매를 보면서 독립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새가 한쪽을 쪼아먹어 상처 입은 열매는 빠르게 물러진다. 물러진 열매는 과육의 진액이 급속히 빠지게 되면서 곧 땅에 떨어지게 된다. 그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 안에 있던 씨가 땅에 떨어지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도 여러 환경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새 생명으로 땅속을 빠져나오게 되면서 독립은 시작된다. 독립은 혹독한 시간을 마주하고 부딪쳐나가면서 견뎌내는 과정 속에 새로운 출발이 잉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떨어져 가는 배와 떨어진 배에서 희망을 보았듯이 이 코로나 팬데믹이 생각하는 정원의 새로운 도약에 쓴 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고난이 내게 유익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동안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해 온 생각하는 정원이었기에 앞으로도 제주다움을 간직한 제주의 자랑이 되기 위해 생각하는 정원답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정원이 가는 길은 나무처럼 진실하게, 최고의 원재료로, 성실한 노력으로, 문화와 교육을 생각하며, 순간이 아닌 지속으로, 모방이 아닌 Origine으로, 관광보다는 문화로, 마케팅보다 진실로, 유통보다는 농부의 마음으로 가고자 한다.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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