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어린 흑백 화면 속 한 시대의 풍경과 만남

추억 어린 흑백 화면 속 한 시대의 풍경과 만남
제주 사진가 고영일 기리는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
4월 20일부터 개관 기념전 1950~80년대 아이들 사진
'… 제주사람들' 시리즈 계획하고 제주 담는 사진가 발굴
  • 입력 : 2021. 04.18(일) 16:18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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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 개관 기념전에 나오는 작품. 1970년대로 추정되는 '삥이치기'.

제주 사진가를 기리는 공간이 생겼다. 제주시 건입동 복신미륵 동산에 들어선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이다.

이 공간은 리석 고영일(1926~2009)의 사진예술 세계를 기억하고 나누기 위해 가족들이 만들었다. 1990년 제주도문화상 수상자인 리석은 제주카메라클럽 창립 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제주도미술대전 초대 작가로 신성여고 교사, 제주신보 편집국장, 제주문화방송 총무부장을 지내는 등 교육, 언론계와도 인연이 있다. 고인의 아들인 고경대 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이추룩 변헌 거 보염수과?'란 제목 아래 전시장을 빌려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를 해왔다면 이번엔 장녀 고경심이 힘을 보태 사진으로 제주를 말하고, 다시 읽는 전용 공간을 꾸렸다.

이달 20일 막이 올라 6월 20일까지 두 달 동안 계속될 개관 기념 전시는 '야이덜, 이제 어떵들 살암싱고예?'란 이름을 붙였다. 제주 방언의 의미를 안다면 짐작하겠지만, 사진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안부와 제주의 안녕을 묻는 전시다.

1969년 '사수동에서 개구쟁이들'. 고영일 사진가는 이 사진에 "장년이 되었을 이들 중에 몇이나 이 사진을 반길 형편이 되었을까?"란 메모를 남겼다.

1979년 '성산리에서'. 광치기 들판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전시장에는 리석의 1950~80년대 사진 중에서 40여 점을 골라 선보인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한 것도 있지만 길가나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 중엔 리석이 1980년대 전시를 준비하면서 직접 인화하고 준비한 사진 4점, 1996년 전시한 사진 중 액자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4점도 포함됐다. 당시 작가의 의도와 더불어 1980년대 전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리석은 1969년 '사수동에서 개구쟁이들'이란 작품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동네에 들어서면 오히려 촬영자가 구경거리다. 몰려다니며 찍어달랜다. 다 모아놓고 막상 찍으려면 오히려 숨는 녀석이 있다. 장년이 되었을 이들 중에 몇이나 이 사진을 반길 형편이 되었을까?" 과거의 제주 풍경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제주사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고광민 서민생활사 연구자가 사진에 붙여 놓은 글은 리석 작품의 가치를 새삼 높인다.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은 이 전시를 시작으로 '고영일이 만난 제주 사람들'을 시리즈로 이어갈 예정이다. 1950-80년대 제주의 여자삼춘들, 남자삼춘들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제주도의 자연과 생활과 인물'을 제주사진의 과제로 정했던 리석의 뜻을 이어 '사라져가는 제주도'를 담는 사진가들을 발굴, 전시하는 곳으로 운영한다. 오전 12~오후 6시 문을 열고 입장료는 무료다. 문의 070-4246-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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