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항쟁정신의 연대로 확장하는 4.3예술

[김준기의 문화광장] 항쟁정신의 연대로 확장하는 4.3예술
  • 입력 : 2021. 04.13(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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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봄이 바뀌고 있다. 지난 70여년간 제주의 봄은 4.3이라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간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의 도처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봄에 서서히 생명의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2018년 제주4.3 70주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진전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이 뒤를 잇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뤄진 4.3특별법 개정은 국가폭력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희생자에 대한 배상 및 보상의 근거를 마련했다. 억울하게 수형생활을 한 335명에게 무죄판결이 나와서 과거사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한걸음을 내디뎠다.

한반도 지역에서도 제주4.3의 뜻을 기리는 공론이 일고 있다. 경기아트센터와 수원시가 주최하고 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주관한 전시, ‘봄이 왐수다’가 열렸다(경기아트센터 갤러리, 4.10~4.17). 이 전시는 73년 전 반분단, 통일국가를 염원했던 제주 사람들의 '슬프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개막일에는 소극장에서 공연도 열렸다. 이 전시는 1948년에 주한미군이 작성한 비밀문서, 이승만 대통령의 국무회의록 등을 발굴해 공개했으며, 양동규, 윤상길, 이수진, 정기엽 등의 작가들이 출품작을 통해 학살과 항쟁의 제주4.3을 성찰하는 예술공론장을 펼쳤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연례전 ‘4.3미술제’(예술공간 이아, 포지션 민 제주, 4.2~4.30)는 올해로 28년을 이어온 4.3예술의 핵심이다. 한국작가 52명, 해외작가 5명 등 57명의 예술가들이 함께 했다. 오석훈, 이명복, 박경훈 등 선배세대 작가들을 비롯해 고승욱, 강문석, 이승수, 김산 등의 중견, 신진을 망라한 제주 작가들이 출품했다. 한반도 작가들도 지역 곳곳에서 함께 했는데, 광주의 홍성민과 주홍, 전정호, 여수의 박금만, 정채열, 서울/경기의 정정엽, 박영균, 노순택, 임흥순, 부산의 김경화 등이 있다. 대만의 린이치, 오키나와의 아시가키 카츠코, 홍콩의 콩유윙 등도 동아시아평화예술연대라는 맥락에서 동참하여 4.3정신을 공유했다.

'어떤 풍경'을 주제로 한 올해의 행사는 민중의 저항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말하는 저항은 4.3만의 의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재수난으로 알려진 신축항쟁을 비롯해, 해녀항일항쟁, 4.3항쟁 등과 동시대에 진행되고 있는 난개발에 대한 저항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흐르는 민중의 저항을 과거가 아닌 현재의 것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지향은 이번 전시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선언 성명서'와 '오석훈의 서예퍼포먼스', '미얀마부스 운영' 등으로 더욱 빛났다. 그것은 제주4.3항쟁을 1948년의 제주에서 벌어진 매우 특별한 항쟁이면서 동시에 반분단, 통일국가와 인권, 평화를 지향하는 인류 보편의 정신으로서 그 가치를 확대재생산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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